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모인 국회 연구단체 ‘어젠다 2050’ 창립총회에서 ‘기계 과세’ 도입을 검토해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기계설비와 인공지능(AI)에 세금을 물리자는 게 골자다. 최근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로봇세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엔 이 모임을 주도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대표적인 정책통 의원들이다. 정회원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들은 창립총회가 있기 전까지 6번의 워크숍을 열어 고용 복지 교육 조세 행정 등 5개 분야의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잡았다.
김 의원은 기조발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을 대체할 기계와의 공존시대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목표로 삼고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아이디어로 기계 과세를 제시한 것이다.
최근 유럽의회는 로봇 도입으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대비해 로봇세 도입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확산되면 실업률이 높아져 세수는 줄어들고, 그만큼 복지 수요는 늘어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증가한다.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간주해 소유자에게 세금을 물려 사회보장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과세 표준을 로봇이 아닌 CPU(중앙처리장치) 용량 단위로 잡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도 논의됐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이 발전해 인간을 대체하면 소득 상실로 이어지는데 이를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과제가 생긴다”며 “우리 실정에 기본소득제는 환상적이라 할 수 밖에 없고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갖고 논의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불을 지폈다.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던 스위스에선 10명 중 7명(76.9%)이 반대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유럽처럼 ‘로봇세’ 도입 검토나선 국회…김종인·유승민 참여한 ‘어젠다 2050’ 창립총회
입력 2016-06-29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