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발간한 시선집에 창씨개명(일본식 성명 강요)을 미화하는 듯한 작품이 수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창씨’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창시’라고 썼기 때문에 친일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氏’도 성씨를 나타내는 말이어서 ‘창씨개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있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인천을 배경으로 한 시와 인천 출신이 쓴 시 173편을 엮어 작년 12월 시선집 ‘문학산’을 발간하면서 시집 맨 뒤에 논란이 된 홍명희(85··여·인천문인협회 회원)씨의 ‘시인의 모습’을 게재했다.
시는 1500부를 찍어 인천 중·고교와 공공도서관, 각 기관에 배포했다.
작품에는 일본강점기 창씨개명으로 바꾼 일본 이름을 예쁘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창씨개명한 선생님을 아름다운 시인으로 생각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고 썼다.
시는 논란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 이날 오후 3시 문광영 인천시문인협회 회장 등 자문위원 5명과 회의를 통해 당시 시를 성정하게 된 경위, 친일작품인지의 여부, 배포한 시선집 회수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시인의 모습 전문.
시인(詩人)의 모습
나 초등학교 삼학년/日政때 /창시 개명령이 내려/세상이 술렁거릴 때
어느 날 오후/우리 담임선생님이/창시 개명을 설명하시며
선생님도 이름을 바꾸셨다고/칠판에 靑松波氏(아오 마쓰나미요)라고 쓰셨다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나는 詩人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인천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드는/인천 앞바다의 흰 모래 사장과
솔밭 사잇길/거기 하늘한 하얀 치마 저고리에
하얀 양산을 받쳐든 선생님을 생각하고/정말 선생님은 아름다운 詩人이구나 했다
그 후 나는/인천 월미도 앞바다와
靑松波氏란 이름을 품고/詩를 꿈꾸는 소녀가 되었고
지금도 선생님은 나의 詩人이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친일미화 논란 여류시인 시 책의수도 기념 시선집에 버젓이 실려 논란
입력 2016-06-29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