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큰소리 친 트럼프, 실제로는 수전노?

입력 2016-06-29 10:47 수정 2016-06-29 11:32
AP/뉴시스


그간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를 자선 기부했다고 밝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실제로 기부한 금액은 소액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80년대부터 트럼프재단과 연결됐거나 트럼프가 개최행사에 참가, 혹은 공개적 지지를 밝혔던 자선단체 167곳을 선정해 이들 단체가 2008년에서 2015년 사이 트럼프로부터 기부받은 금액을 조사해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조사 결과 기부를 받았다고 밝힌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77곳은 기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39곳은 답변을 거부했다. 40곳은 아예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기부 내역을 밝힌 곳은 단 1곳이었다. 2009년 뉴욕 경찰단체 폴리스애슬릭리그(PAL)에 최고 1만 달러(약 1170만원)를 기부한 게 전부다. WP는 5000달러 이하 금액까지만 밝히도록 돼 있어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으나 5000달러 이상 1만 달러 미만인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직접 조사내용 외에 트럼프 재단이 밝힌 기부 기록에서도 비슷한 불일치가 발견됐다. WP는 그간 트럼프가 공언한대로라면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와 트럼프 보드카, 트럼프대학, 저서 수익금에서 기부해야 하는 돈이 지난 15년 간 850만 달러(99억2700만원)이지만 트럼프재단 기록에서는 28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기록된 것 외에 비공식적으로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할 세금환급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일치감치 세금납부 내역을 공개했던 관례와도 맞지 않는다.

WP는 트럼프가 낸 기부금이 다른 백만장자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경제주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 순위에서 트럼프 바로 다음인 스탠리 드러크밀러는 2013년 재단을 통해 1억2000만 달러(약 1401억4800만원)를 기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