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남상태 동창' 해외 비자금 행방 추적

입력 2016-06-28 23:15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남상태(66) 전 사장의 친구가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종착지를 추적하고 있다. 해외 비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사업 파트너’인 남 전 사장 및 다른 유력 인사들에게 뒷돈으로 제공됐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 정준택(65) 휴맥스해운항공 회장이 싱가포르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운영한 사실을 파악했다. 정씨는 이를 통해 대우조선의 사업에 개입해 이권을 챙겨왔다. 그는 대우조선 자회사가 2009년 10월 부산국제물류(BIDC) 지분 80%를 인수할 때 싱가포르 소재 S사 명의로 BIDC 지분 10%를 매입했다. 2011년 BIDC의 80만주 유상증자 때도 싱가포르 N사를 통해 모두 사들였다. S사와 N사 모두 BIDC 지분 인수 목적에서 급조됐으며, 정씨가 남 전 사장과의 사전 교감에 따라 설립한 ‘기획법인’으로 검찰은 본다.

대우조선이 2007년 해상운송 특혜 계약을 맺은 I사, T사도 싱가포르의 정씨 페이퍼컴퍼니가 주요주주로 참여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2012년 퇴임한 이후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가 소유했던 I사, T사 지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대목을 주목한다. 해당 싱가포르 업체는 2009년 I사 지분을 13.2% 갖고 있었지만, 2012년 6.3%로 줄이고 2014년에는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 T사 지분의 경우도 2014년까지 줄곧 15%였다가 지난해 2.5%로 떨어진다. 검찰은 이들 페이퍼컴퍼니 소유 지분 변동과 정씨의 비자금 조성에 연결 지점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해외에서 움직인 비자금이 결국 국내로 들어와 유통됐을 거란 얘기다.

검찰은 28일 남 전 사장에 대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와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 등에게 최소 10억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가 우선 적용됐다.

검찰은 전날 남 전 사장을 출석시켜 조사하다가 이날 새벽 긴급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가 포착된 데다, 남 전 사장이 제3의 장소에 중요 증거를 은닉하고 증인을 회유하려는 정황이 나왔다고 한다. 남 전 사장은 특히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인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돼 있는데다, 믿었던 주변인들이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상당부분 한 사실을 파악하고 심리적 불안 징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의 심리 상태나 행동 등을 종합했을 때 귀가 시켜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