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얼마나 싫으면 축구대표팀도 짐을 쌀까?”… 잉글랜드에 쏟아진 ‘브렉시트 2.0’ 조롱

입력 2016-06-28 17:23 수정 2016-06-29 10:46
사진=AP뉴시스


휘슬이 울리자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잉글랜드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고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조별리그 오스트리아전에서 열정적인 중계로 유명해진 아이슬란드 해설자 구드문드르 베네딕트손은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유럽에서 나가도 돼! 어디든 맘대로 꺼져버려(You can go wherever the hell you want)!”

27일(현지시간) 유로 2016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아이슬란드에 당한 충격패를 두고 지난 24일 열렸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가 넘쳤다. 농담 섞인 반응이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유럽에서 일고 있는 반(反) 영국 정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이슬란드의 스포츠매체 레이캬비그 그레이프바인은 트위터에 “잉글랜드는 ‘정말’ 유럽에 있기 싫은가 보다(England 'really' don't like being Europe)”라고 비꼬았다. 유로 대회 탈락으로 유럽 대륙에서 짐을 싸야하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브렉시트에 빗댄 농담이다.

시사 코미디언 존 올리버 역시 “잉글랜드는 굉장한 일주일을 보냈다”고 놀렸다. 영국 BBC방송 축구프로그램 ‘풋볼포커스’의 진행자 댄 워커는 잉글랜드 대표팀 탈락을 두고 ‘브랙시트 2.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위스의 러시아 전문매체 ‘러시안마켓’도 “또다른 브렉시트가 일어났다!”고 적었다.


잉글랜드 팬들은 외려 자신들은 이제 유럽에 없다며 ‘멘탈 승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P통신의 롭 해리스 기자는 잉글랜드 팬들이 패배 직후 프랑스 니스 길거리에서 “우린 유럽에 더 이상 없어(We’re not in Europe anymore)”라고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 데일리미러의 앤디 마일스 기자는 일부 잉글랜드 팬이 “유럽아 꺼져라 우린 나가기로 투표했다(Fuck off Europe we all voted out)”고 소리 지르다 야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세계 축구팬들은 패러디에 자주 쓰이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사진 ‘크라잉 조던’을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홍차나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에 합성해 즐기고 있다.

출처: 트위터 캡쳐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