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 판 먹으려면 5시간 50분 일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

입력 2016-06-28 14:48 수정 2016-06-28 14:50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덴마크 버거킹 직원.jpg’ 게시글이 화제입니다. 사진 속에는 덴마크 버거킹 직원과 미국 버거킹 직원의 급여 등이 비교되어 있습니다. 

덴마크 버거킹 직원은 시간당 20달러를 받습니다. 5주의 유급휴가가 보장되고 퇴직연금혜택까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된다(Don't have to struggle to get by)”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버거킹 직원은 어떨까요. 그는 시간당 9달러를 받고 유급휴가, 퇴직연금혜택도 없습니다. 게다가 ‘옷을 사입을지 밥을 먹을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합니다.

누리꾼들은 “우리나라는 최저시급 9달러도 안되는데” “덴마크 가서 살고 싶다” “우리나라가 미친 거다. 이러니까 원룸촌도 벗어나기 힘들지”등 미국 버거킹 직원보다도 못한 우리의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이 사진은 ‘Fightfor15’가 만들었습니다. ‘Fightfor15’는 ‘최저시급15달러’를 목표로 미국의 유통업체와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업체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사진 속 내용은 2014년 10월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덴마크 버거킹 직원 함푸스 엘롭슨 씨와 미국 버거킹 직원 앤소니 무어의 생활을 비교한 글이죠. 

실제로 엘롭슨 씨의 삶은 풍족했습니다. 그는 주당 40시간을 근무합니다. 시급은 20달러입니다. 그는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여가를 즐기면서도 저축할 만큼 돈을 법니다. 연 5주의 유급휴가를 받고 출산휴가까지 있습니다. 오후6시 이후나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 초과수당도 받습니다. 근무일정이 바뀌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최소 4주전에 통보해야합니다. 긴축을 명분으로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여서도 안됩니다.

미국 버거킹 직원 앤소니 무어씨는 어떨까요. 주당 35시간 근무하고 시간당 9달러를 받습니다. 월세로만 600달러를 내야합니다. 매달 전기세, 수도세 밀리기가 일쑤입니다. 그는 두 딸을 위해 매달 164달러의 푸드스탬프를 받습니다. 푸드스탬프는 미국의 저소득층 식비 지원제도입니다. 직원 복지혜택도 거의 없습니다.

앨롭슨씨와 앤소니씨는 얼마나 일해야 자신들이 만드는 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까요. 버거 1개를 구매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을 따져 최저임금을 비교하는 걸 ‘최저임금 빅맥지수’라고 합니다. 

덴마크 맥도날드 직원은 16분만 일하면 빅맥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41분을 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46분을 일해야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32분입니다. 네덜란드 24분, 프랑스25분, 독일 26분 등으로 유럽 선진국들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진=맥도날드 홈페이지 캡처


여기 맥도날드 인기메뉴인 ‘상하이 디럭스 버거’가 있습니다. 세트메뉴는 7100원이죠.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이 세트메뉴를 먹으려면 약 1시간 10분을 일해야 합니다. 손바닥만 한 2700원짜리 치즈버거는 26분을 일해야 합니다.

최근 도미노피자에서 새롭게 출시된 피자의 가격은 약 3만5000원입니다. 무려 5시간 50분을 일해야 먹을 수 있는 가격입니다. 저렴한 편인 치즈피자 조차도 2시간 30분여의 노동과 교환해야합니다. 약 3시간의 노동 가치는 피자 1판정도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걸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5월 1일 구교현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 위원장과 알바노조 조합원 100명이 맥도날드 관훈점을 찾았습니다. 매장 안에서 20분간 “근로조선 개선”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찰은 집단 주거침입과 업무방해혐의로 이들을 연행했습니다. 영장청구까지 했죠. 다행히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멀기만한 이야기일까요.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벌써 오늘로 다가왔습니다. 고용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법정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계는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심해져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합니다.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존 슈미트는 “덴마크 버거킹은 종업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고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또 “ 덴마크처럼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여러 나라에서 기업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며 “이는 가능한 모델”이라고도 했습니다. 

만약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화된다면 28분만 일하고도 빅맥 버거 1개를 사먹을 수 있습니다. ‘덴마크 버거킹 직원의 위엄’은 따라가지 못해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사회뉴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