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효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 재정적 불투명성과 독단적 운영은 사실 아니다"

입력 2016-06-28 10:34
이승효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연극 평론가 강일중 제공

최근 예술감독의 독단운영을 비난하며 이사회 멤버들의 대거 탈퇴 선언이 나온 페스티벌 봄의 이승효 예술감독이 28일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은 페스티벌 봄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사회에서 사퇴한 임원진이 페스티벌 봄 관계자 및 관객에게 단체메일을 발송하여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고 싶다”며 “페스티벌 봄은 독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이사회에서 서면자료 준비미비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했으나, 이사장(예술감독)이 재정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이사진의 요구를 수용하여 사무국을 정상화시키고 신용경색을 해결했다. 감사에 대해서는 정관상의 절차 문제 및 축제개막 전에 수감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축제 종료 후 정관에 의거하여 이사회 보고 및 수감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를 수차례에 걸쳐 답변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축제 개막 프로그램이 종료된 시점인 2016년 4월27일 김성희 전 이사와 면담 이후, 운영방향에 대한 다수 이사진과의 견해차이를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술감독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5월 15일 및 16일에 사퇴의사를 전달하고 인수인계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 없이 이사진의 사퇴서와 함께 모든 화살을 본인에게 돌리는 일방적 비난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봄은 올해 짧은 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일반적인 축제 형식을 벗어나 6개월에 걸친 느린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의 여파로 지난 4월 2개의 프로그램과 학술대회만을 치른 후 중단된 상태다. 현재 페스티벌 봄 이사회에는 이사장을 겸한 이승효 예술감독과 탈퇴에 동참하지 않은 홍성민 등 2명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사회 멤버들이 지적한 페스티벌 봄의 재정적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2015년 축제 개최 이후 수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하여 일부 아티스트 및 스태프에 대한 인건비 지급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사업수익 및 후원금 등을 통해 적자를 보전하여 2016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미지급금의 지급을 완료해 현재는 부채 및 세금미납 등 미지급금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예술감독 취임 이후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되지 않았던 국내 아티스트들에게도 공연료를 지급하였고,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사비를 축제 예산에 보태기도 했으며 고정적인 급여를 받은 적도 없다. 이사회 멤버들이 재정의 불투명성을 언급하면서 윤리적인 측면으로까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제기의 방식은 유감스럽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그는 페스티벌 봄이 정산 미비 등으로 공공지원금의 지원기회를 박탈당했거나 포기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올해 공공지원을 받지 않은 것은 엄격해지는 지원금 정산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 및 시간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축제지원금 없는 새로운 축제모델을 실험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페스티벌 봄이 주요 협력기관 등과 관계를 파기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성희 전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을 비롯해 심재찬, 손진책, 서현석, 윤정섭, 이근수, 전용성 등 7명은 지난 24일 ‘페스티벌 봄 실패와 이사회 탈퇴 선언’을 관련 회원, 관련 기관, 언론사 등에 보냈다. 이승효 감독의 독단적 운영과 재정적 불투명성 때문에 페스티벌 봄의 신뢰도가 치명적으로 실추된데다 예술계 전체에 폐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예술감독과 이사회 멤버들의 갈등이 보도되면서 페스티벌 봄은 지난 10년 한국을 대표하는 다원예술축제라는 권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게다가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좀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축제의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