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제 불황에 시달려온 유럽에서 홀로 활황을 맞은 업계가 있다. 난민 관리와 테러 경비를 각국 정부로부터 떠맡은 사설경비체들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행한 최신호에서 이같이 전했다.
유럽난민지원사무소(EASO)는 최근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돌려보내면서 경비업체 G4S와 계약을 맺었다. 송환당할까 겁에 질린 난민이 과격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잦아져서였다.
역시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오스트리아도 지난해 스위스 경비업체 ORS서비스에게 난민 대응을 전담토록 했다. ORS서비스는 스위스에서도 난민센터를 운영 중이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난민 수백만명이 몰리면서 경비업계 종사자가 23만5000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독일 경비업체가 거둔 수익은 전년대비 15% 올라 70억 유로(약 9조1300억원)에 달했다.
유럽경비업체협회(COESS)에 따르면 경찰 등 공권력이 수행했던 일을 사설업체가 맡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허가받은 경비인력만 약 220만명이다. 경찰력에 맞먹는다. 공항, 항구, 핵발전소,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이들이 맡는다.
반(反)테러리즘 정서는 사설 경비업체를 번창시킨 주된 요인이다. 프랑스 보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파리테러 이후 경비업체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난민 출신이다. 새 삶을 살게 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대회에서는 경비인력 9만명이 추가로 고용됐다. 이중 1만5000명은 60여개 업체에서 개인적으로 고용했다.
사설 경비업계의 활황은 장기적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 각국의 공공예산 절감 정책 때문이다. 이미 경비업체 G4S는 일부 국가에서 경찰과 함께 범죄자 체포에 나선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 2016 대회가 이 같은 협업시스템을 퍼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