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어컨 실외기를 정비하다 추락사한 진남진(44)씨의 딸이 아빠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네티즌들을 눈물짓게 했다. 고작 여덟살밖에 되지 않은 이 아이가 삐뚤빼뚤 써내려간 글씨는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해요”였다.
27일 SNS에는 진씨의 두 자녀가 쓴 포스트잇 메시지 사진이 퍼져나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진씨의 빈소 근처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 붙은 포스트잇이다.
진씨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아버지를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아버지가 편안히 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힘내요’라고 썼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은 ‘아빠, 편히 좋은 곳 가시고 지켜주지 못해 죄송해요’라고 적었다. 그 주위에는 진씨를 ‘이모부’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측은 “어른들은 못하는 말을, 2학년 자녀가 터놓고 말한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책임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네티즌들 역시 “가슴이 먹먹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진씨는 지난 23일 에어컨 실외기 점검을 하다 철제 난간과 함께 8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 업체 직원인 진씨는 안전 장구도 갖추지 않고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진씨가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도 진씨의 휴대전화에는 실적을 압박하는 문자가 쌓여갔다.
오후 6시 52분 : ‘금일 처리 건이 매우 부진함. 늦은 시간까지 1건이라도 뺄 수 있는 건은 절대적으로 처리.’
결국 진씨는 해진 가방에 담긴 도시락을 유품으로 남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한편 사망한 진씨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제작한 진모영 감독의 4촌 동생이었다.
진모영 감독은 사망 소식이 들려온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옷(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유니폼) 입고 3층에서 떨어져 갔는데 삼성은 아무 말도 조문도 없네”라며 “스무살에 입사해서 25년을 다니고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명예롭게 갈 수 있게는 해야지 않은가”라고 적었다.
이어 “애국자들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 회사, 삼성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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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