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에 의기양양하던 제3당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은 리베의트 의혹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른 원칙적 대응에 더해 정치적 결단도 내릴 수 있음을 암시했다. 잇단 잡음만으로도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자 대응 강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7일 MBC라디오에서 “현재 당헌·당규는 기소만 돼도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국민정서는 상당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당헌·당규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보다 한발 더 강경한 자세다.
출당 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들이 포함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특별히 누구를 옹호하거나 보호하는 것은 없다”며 “검찰 수사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자료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실적으로 당헌·당규는 모든 것이 기소됐을 때 이뤄지도록 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당헌·당규 이상의 처분에 대한 문제는 조금 더 정치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세 번째 사과를 하며 더욱 자세를 낮췄다. 그는 최고위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입장은 총선 기반이었던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24일 전국 유권자 2539명에게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일주일전 보다 0.5% 포인트 내린 15.5%를 기록했다. 호남 지지율도 24.9%를 기록, 11.8%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호남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건 자체가 당내 갈등에서 비롯된 데다 내홍마저 폭발할 경우 정치권 ‘구태’에 지친 지지자의 분노가 극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 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런 점을 예상치 못한 안이한 초기 대응을 만회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입증하려던 20대 국회 개원 포부도 차질이 우려된다. 패착을 거듭해온 정부를 상대로 ‘선진 정책 정당’ 행보를 보이려 했지만 하필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 요구, 국민 세금 도용 등 후진적 의혹으로 이미지에 상처가 난 탓이다. 이런 점을 우려해 당내에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합리적 대응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70%)·유선(30%) RDD 전화면접·스마트폰앱·자동응답 혼용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성난 민심에 기존 자세 버리고 몸 낮춘 국민의당
입력 2016-06-27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