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책 우향우…더민주, 외연 확장 위한 ‘보수 공략 법안’ 발의 봇물

입력 2016-06-27 15:33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층 공략을 위한 정책적 ‘우향우’에 매진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안보·보훈 강화 법안과 노인층을 겨냥한 ‘핀포인트’ 지원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총선에서 드러난 중도층의 표심, 3자 구도로 치러질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외연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더민주 의원들이 발의한 노인·보훈가족 관련 법안은 이달에만 총 11개에 달한다. 당내 ‘보훈가족에 감사하는 국회의원 모임’ 공동대표인 이언주 의원은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건 제출했다. 하나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했다. 75세 이상 참전유공자 의료비를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고 참전명예수당을 현행 20만원에서 최저생계비의 60%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다른 하나는 일반 참전유공자를 대상으로 65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또 전쟁 당시 미지급된 전투근무수당을 참전용사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내용의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도 발의했다.

이학영 의원은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75세 이상 재해 부상·사망 군경과 유족 의료비 지원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이찬열 의원은 참전유공자 사망시 배우자에게 참전수당 일부를 지급하도록 하는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총선 ‘실버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인상 관련 법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전혜숙 의원은 현재 20만원인 기초연금을 3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남인순 의원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80%로 확대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경로당·노인학교 지원안이 담긴 노인복지법(양승조 의원),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매 검사비를 지원하는 치매관리법 및 보청기 지원방안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상 홍익표 의원)도 발의됐다. 여기에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도 첫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잇단 ‘보수 겨냥’ 행보는 중도·보수층까지 보듬어야 내년 ‘3자 구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22%)과 전북(18.5%)이다. 국민의당에 빼앗긴 호남을 ‘탈환’하기 위한 의중도 엿보인다. 이철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르신들은 우리 당 안보 분야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참전용사와 노인계층 전반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중도·보수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입법 기조를 설명했다.

대선 전초전이 벌써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중도·보수로 나와서 표심을 얻겠다는 것은 대선이 시작됐다는 얘기”라며 “다만 ‘반짝 입법’으로 표를 얻을 수 없다. 오랫동안 진정성을 갖고 계속 밀고나가야 유권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