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맘편뉴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맞춤형 보육, 어린이집‧유치원 단체 휴원 등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디 불편한 게 한 두 개겠나 싶지만 맘편뉴스는 불편함을 넘어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아동학대 사건을 짚어보려 합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우울해지기 싫다면 비추(추천하지 않음)입니다.
얼마 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이슈가 됐던 청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는 부천에서 발생한 젖먹이 아기 학대 사건으로 피의자인 부모를 엄중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었죠. 사건 발생 시점은 지난 3월입니다. 아버지 박모씨(23세)는 생후 84일 된 딸아이를 던져 숨지게 했죠. 부부는 이전에도 폭행을 일삼고 방치해왔습니다.
덕분에 아기의 생전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온몸에 피멍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골절과 두개골 함몰 등으로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도 뒤통수 뼈 골절, 경막 출혈 등 두부(머리) 손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친부인 박씨는 1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1주일에 3차례 가량 아기의 뺨을 때리고 손톱으로 머리를 할퀴며 상습적으로 학대해 왔습니다. 2월5일에는 목욕 중 팔을 잡아 당겨 탈골되기도 했죠. 84일간의 끔찍했던 학대는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났습니다.
아버지 박씨는 폭행치사 및 유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대를 지속해 온 점을 근거로 살인죄와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친모도 남편의 학대 행위를 알고도 모른 체 한 점을 근거로 아동복지법(상습아동방임)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됐죠. 이들은 현재 인천구치소에 구속 수감 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의자들이 국선이 아닌 사설 변호사를 선임하고 고의가 아닌 실수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공분했고 시민단체들은 비난했죠. 한 시민단체는 다음 아고라 청원 페이지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맘카페를 비롯한 육아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청원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엄마들은 청원 페이지의 URL을 공유하며 잔인한 부모를 맹비난했죠. 아이의 이름과 함께 완성 검색어가 생기고, 사건 내막이 확산되면서 재조명됐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피의자들은 사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더군요. 여전히 국선변호사의 변호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주장하며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오는 7월 6일 예정된 공개 재판에선 구형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친부인 박씨는 살인죄를 적용할 경우 법정최고령이 20년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면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고령인 7년6개월 밖에 구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회에 안겨준 충격에 비해 형벌은 더 없이 가볍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처럼 부모의 끔찍한 학대로 고통스런 삶을 살다 간 아이들은 지난해에만 17명에 이릅니다. 지난 24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간이 발표한 2015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 잠정치를 살펴보면 전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1만1708건으로 2014년 1만27건보다(사망 17명) 1600여건이 늘었습니다. 이들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는 8835건(친부 5366건, 친모 3469건)으로 75.4%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라는 겁니다. 재혼한 가정의 계모 또는 계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죠. 때문에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부모의 자격’이 거론됩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부모의 자격을 논할 수 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최소한 부모라는 이름을 빌려 귀한 생명을 빼앗을 자격 또한 누구에게도 없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출산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성애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내 핏줄이라고 해서 부성애가 그냥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고단합니다. 특히 생후 100일까지는 2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려야 하기에 살인적인 수면 족에 시달립니다. 고립된 생활은 기본입니다. 아무리 예쁘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새끼라고 하더라도 짜증이 밀려오기 일쑵니다.
그런데 원치 않았던 아기였다면 어땠을까요. 부천 젖먹이 아기 학대 사건의 가해자 부부가 바로 이러 케이스였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23세)에 원치 않았던 임신, 그리고 친부의 실업이 생활고에 이르게 만들었죠. 그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고스란히 풀었답니다. 게다 이들은 부모에 대해 전혀 학습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를 갖는 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당하는 방법을 몰랐을 테고, 감당하지 못한 육아는 방임과 폭행으로 이어졌겠죠. 물론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겪은, 나이 어린 부모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2014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가해자들의 특징은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이 가장 많았으면 ‘사회적 경제적 스트레스 또는 고립을 경험’, ‘부부 또는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순입니다. 아무나 부모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윱니다. 지켜주지 못한 17명의 천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 2016년 6월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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