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교수부장 "경찰청장은 말 잘듣는 푸들"

입력 2016-06-26 19:24 수정 2016-06-26 19:32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이 강신명 경찰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부장은 강 청장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한 일이 없다며 “자리보전이나 퇴임 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언의 형태로 ‘착하고 말 잘 듣는 푸들형’이라고 묘사하고 ‘강자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지나치게 정치권력에 굴종적’ ‘아무개 같은 사람’ 등으로 평가·묘사하기도 했다.

경찰대 1기인 황 부장은 경찰 최고 계급(치안총감)인 강 청장보다 3계급 낮은 경무관이지만 경찰대 기수로는 1년 선배다. 그는 2600자가 넘는 장문의 페이스북 글에서 상관이자 경찰 조직 총수인 강 청장을 ‘강 청장’이 아니라 줄곧 ‘그’라고만 지칭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황 부장이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강 청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작정하고 비판 글을 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황 부장은 25일 전체 공개로 올린 해당 글에서 지난 24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강 청장을 비판했다. 기사는 현장경찰관들에게 ‘차기 청장의 자격’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전한 것이었다. 응답자들이 강 청장을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는’ 청장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 황 부장은 “역시 대중(?)은 현명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공감이 되었고, 전체 경찰관의 의견도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경찰대학 출신 경찰총수가 나오면 이전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던 많은 전·현직 경찰 또는 시민들에게 그는 적지 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며 “잘한 것이라고는 ‘임기완료' 뿐이었고, 잘못한 것은 경찰대 출신으로는 가장 치명적이랄 수 있는 ‘지나친 정권눈치'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의 ‘친 정권실세' 노력이 조직의 과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선은 물론 경찰청에까지 ‘청장이 지나치게 정치권력에 굴종적이고, 승진인사에 온갖 외풍이 과거보다 더 심해졌고, 청장의 퇴임 후 자리 욕심이 심하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수 있다’고 전했다.

황 부장은 “이제 남은 임기는 두 달도 안 된다”며 “그 기간 변화를 이루어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벗어날 수도 없기에 새로운 평가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황 부장은 강 청장에 대해 ‘착하고 말 잘 듣는 푸들형’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그는 “경찰청장이 강자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선 경찰에게 정치권력, 재벌권력 등 강자에게 추상같고, 서민들 편에 서서 약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현실적으로는 후보군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개 같은 사람도 경찰청장 했는데 내가 못할게 뭐야? 결국 빽싸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오로지 줄서기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 청장에 책임을 돌렸다.



아래는 황 부장의 글 전문. 이 글은 25일 오후 1시30분 처음 게시된 뒤 두 차례 수정됐다.



지난 24일자 동아일보에는 <현장 경찰이 말하는 '차기 청장의 자격'>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현장경찰관 100명을 상대로 의견을 물은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역시 대중(?)은 현명하다는걸 새삼 느꼈다. 공감이 되었고, 전체 경찰관의 의견도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고 본다.

우선 강신명 현 청장에 대해서는 '잘한것도 못한것도 없는(점수로는 76.7)' 무색무취로 평가했다. 역대청장들과 단순 비교해보면 그럴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가 경찰대학 출신 첫 경찰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는 휠씬 더 냉혹해질 것이다.

경찰대학 출신 경찰총수가 나오면 이전과는 뭔가 다를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있던 많은 전ㆍ현직 경찰 또는 시민들에게 그는 적지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그가 잘한것이라고는 '임기완료' 뿐이었고, 잘못한 것은 경찰대 출신으로는 가장 치명적이랄수 있는 '지나친 정권눈치'였다.

경찰청장이라는 직책이 임명권자의 뜻도 따라야하고, 정권실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 그런 관계형성을 통해 조직전체의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나가기도 하고 조직의 위상제고를 이끌어낼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사기진작 노력은 미흡'했고,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는건 그의 '친 정권실세' 노력이 조직의 과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선은 물론 경찰청에까지 '청장이 지나치게 정치권력에 굴종적이고, 승진인사에 온갖 외풍이 과거보다 더 심해졌고, 청장의 퇴임후 자리 욕심이 심하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수 있다.

강신명 청장 재임 중 경찰청 인권위원직을 사임한 모 교수는 '이 정도의 경찰청장을 배출할거라면 경찰대학의 존립근거가 사라진다'는 쓴소리를 한적이 있다. 일선 경찰에서도 '과거 구태의연했던 경찰총수들과 뭐가 다른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학 출신 첫 경찰총수가 '이래서 경찰대학이 필요했구나'가 아닌 '저럴거라면 왜 경찰대학이 필요한건지'라는 비판을 초래한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남은 임기는 두달도 안된다. 그 기간 변화를 이루어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벗어날수도 없기에 새로운 평가를 기대하는건 연목구어와 다를바 없을 것이다.

그가 지난 2014년 인사청문회에서 "퇴직후 다른 자리에 취업하지 않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 약속이 지켜져서 퇴임후라도 좋은 평가가 있기를 바란다.

한편, 차기 청장의 우선 추진 과제로는 '월급ㆍ수당ㆍ근무여건 개선'이 가장 많았다. 공감한다. 문제는 추진방법이다.

한 경찰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수사하면 국민의 신뢰가 올라가고 조직의 위상과 수사권 독립은 따라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탁월한 식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경찰이 겪고있는 여러 종류의 어려움의 뿌리를 찾아가면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고, 신뢰가 미흡한 가장 큰 원인은 '정권의 충견' '강자에 비굴하고 약자에게 군림'하는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던 경찰대학 졸업생 첫 청장이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행태(착하고 말 잘듣는 푸들형이었다 의견이 많았다)는 를 벗어나지 못했다는건 그래서 더욱 불행한 일이다. 경찰청장이 강자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선 경찰에게 정치권력, 재벌권력 등 강자에게 추상같고, 서민들 편에 서서 약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경찰을 미덥지 않게 생각한다면, 처우가 개선되기도 어렵고 조직의 위상이 제고되기도 어렵고 수사권독립도 어려울수 밖에 없다. 경찰청장의 최우선 과제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 확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경찰의 처우 등도 순차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한번의 학습효과를 통해 차기 청장에 대한 기대를 높여 나가는 시점에 와 있다. 차기 청장의 자격으로 '내부 신임'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역시 공감한다.

차기 청장 후보군인 현 치안정감 6명중 내부신임을 얻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은 잘 알고 있을것이다. 그들 모두는 이미 살아온 역정을 통해 평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에 앞서 본인들이 스스로를 먼저 알고 있을것이다. 자격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족함을 알고 물러나게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텐데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후보군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개같은 사람도 경찰청장 했는데 내가 못할게 뭐야? 결국 빽싸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오로지 줄서기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내부의 평판이 안좋은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인사권자 또한 다른 어느때보다도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가장 큰 기준으로 생각할 것이다.

예컨대 흠이 많거나 무능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지배적인 사람이 오로지 줄서기를 잘해서 후보가 된다면 국회청문회에서 걸러질 것이다. 또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찰대학 교수부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경대 졸업생인 첫 번째 청장을 자랑스럽게 소개할수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저분처럼(경대출신이냐 아니냐는 전혀 관계없음) 존경받는 경찰청장이 되기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마하라'고 말할수 있는 경찰총수가 탄생하길 소망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