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신/퀴어축제 현장에서 에이즈 예방 매뉴얼이 배포된 까닭은?

입력 2016-06-26 19:17 수정 2016-06-27 09:29
국내 최대의 동성애자 단체가 26일 대구 동성로 퀴어축제 때 배포한 '행성인 회원을 위한 HIV/AIDS 가이드북'.

‘안전하지 않는 성관계를 할 때 에이즈에 감염된다’며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성을 애써 부인하던 동성애자들이 에이즈 예방 지침서를 대구퀴어축제 현장에서 배포했다.

동성애자 최대 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는 26일 대구 동성로에서 배포한 ‘행성인 회원을 위한 HIV/AIDS 가이드북’에서 “행성인 내에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에이즈 감염인 회원들이 있다”면서 “자신의 질병정보를 숨기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고 행성인에 가입하고 난 뒤 에이즈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즈 감염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면 정신적으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정보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행성인을 포함한 동성애자 인권단체나 감염인 자조모임에 연락해 달라”고 소개했다.

행성인은 책자에서 “에이즈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성관계 할 때 조심해야 한다거나 콘돔을 꼭 써야한다거나, 앞으로 애인(동성 파트너)을 만날 수 있겠느냐는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는 주장도 펼쳤다.

책자에는 에이즈에 감염된 동성애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행성인 회원인 Y씨는 이 책에서 “2005년 2월 누군가로부터 에이즈 감염 사실을 통보받았다. ‘올 것이 온 건가’ (생각했다)”고 기술해 놨다.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은 “국내 최대의 동성애자 단체가 에이즈 예방 매뉴얼까지 만들어 퀴어축제 때 배포한 것은 그만큼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에이즈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성애자들은 이제라도 남성 간 성접촉과 에이즈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현실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행성인은 2013년 발간한 ‘40~60대 남성동성애자 HIV/AIDS 감염인 보고서’에서 “한국의 에이즈 감염인 중 다수는 남성 동성애자”라고 밝힌 바 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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