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어음제도의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어음을 받은 중소협력업체가 입을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16년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금융자원의 공정한 배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6명의 패널들은 납품대금 어음결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계적인 폐지 방안을 모색했다. 어음은 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정해진 날짜까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하는 유가증권으로, 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하거나 중소기업 간 대금결제 수단으로 쓰인다.
송혁준 덕성여대 교수는 “어음제도는 순기능도 있지만 남발이나 연쇄부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어음의 만기 규정, 고의적 부도시 처벌 강화, 이자지급약정 개선 등 제도를 보완하고 단계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음은 현재 만기가 규정돼있지 않고, 어음 발행 이후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더라도 민사상의 처벌만 받게 돼있다.
원재희 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음의 이자에 대한 부담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어음 발행자가 져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어음이자를 발행자 부담으로 돌리면 대기업부터 어음결제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어음결제 비중은 지난 1998년(59.5%)에 비해 2014년(24.1%)까지 크게 줄었지만 최근 조선·해운업 등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때문에 어음은 중소기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금융부문에서 대·중소기업의 격차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기업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심해 중소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책자금도 대부분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