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일하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다는 남자. ‘귀차니즘’에 소개팅은 패스하지만 쉴 새 없이 작품을 찍는 배우. 이 시대의 진정한 워커홀릭, 마동석(45)은 아주 담담하게 얘기했다.
“영화 제목은 ‘굿바이 싱글’인데 저는 당분간 굿바이 싱글이 안 될 거 같아요(웃음). 일에 좀 많이 빠져 살아요 사실.”
오는 29일 굿바이 싱글 개봉을 앞두고 드라마 촬영이 겹치자 영화 홍보를 위해 잠까지 버린 열혈 배우 마동석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잠도 못 잤다면서 언제나처럼 예쁘고 러블리한 미소를 짓는 그다.
굿바이 싱글에서 마동석은 철없는 톱스타 주연(김혜수)의 단짝이자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았다. 평소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없는 마동석으로서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단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한 전작 ‘함정’(2015)과는 비슷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 이처럼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은 마동석만의 강점이자 스타일이다. “새로운 역할이어서 선택했다거나 전략적으로 노린 건 전혀 없어요. 전 그런 거 못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제 마음에 와 닿으면 그냥 하게 되는 거예요. 하늘의 뜻인 것 같습니다.”
작품을 고를 때 역할의 분량이나 크기도 그에게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블록버스터 주연도 했다가 작은 영화 조연도 했다가 그래요. 어떨 때는 주연 제안을 받고도 두세 번째 역할이 좋으면 그걸 하겠다고 해요. 계속 그런 식으로 영화를 하고 싶어요.”
굿바이 싱글 촬영 현장에서 마동석은 ‘마쁜이’(마동석+예쁜이)로 통했다. 극 중 주변인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모습이 예뻐서 붙은 별명이다. 기존의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와 더불어 새로운 애칭이 생긴 것이다.
본인은 이런 반응이 아직 민망하고 쑥스러운 모양이다. 마동석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니까 감사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분들도 있을 테니 조심스럽다”며 “왜 그런 말이 생겼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에게 의외의 모습이 있어서 그렇게들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명이란 게 의도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의도할 수도 없는 거고,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대로 불러주시는 거잖아요. 저는 그냥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걸로 인기가 올라갔다면 감사하지만 메뚜기 한 철 일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소나기 같은(웃음)?”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콜럼버스 스테이트 칼리지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이종격투기 트레이너로 일하던 마동석은 30대 중반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늦은 시작이었기에 더 부지런히 뛰었다. 영화 ‘천군’(2005)부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작품 30여편에 출연했다.
그야말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촬영하랴, 대본보랴, 몸 관리하랴. 지금은 연애할 시간도 의지도 없다. “운동하는 것 말고는 외적인 것에 관심도 없고 게을러요. 누가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전화가 와도 그냥 ‘오늘은 그냥 네가 만나라’며 거절해요. 귀찮음을 못 견뎌요. 병이에요 병.”
귀차니즘도 작용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불편한 것보다 외로운 게 낫다”며 입을 뗀 마동석은 “일을 할 때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니 집에 가면 혼자 있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하루 종일 야구 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누굴 만나면 그런 시간에 방해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외로움도 느끼지 못할 만큼 ‘열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저는 꾸준하게 계속하는 게 좋아요. 물론 3~4년에 마스터피스 한 편을 찍겠다는 사람도 있겠죠. 개인 취향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계속 굴러야 다시 충전이 되더라고요.”
마동석은 “워낙 험한 일을 많이 하고 살아서 그런지 지금 이렇게 좋은 환경이 주어진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에 와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벼랑 끝에 선 기분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런 갈증과 결핍으로 계속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마음은 늘 똑같아요. 좋은 작품을 간절하게 하고 싶고, 더 많은 고민을 해서 작품 안에 녹아든 연기를 싶어요. 매 작품마다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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