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는 누구일까
검찰이 ‘도주의 귀재’로까지 평했던 이씨는 도망 40여일 만에 체포됐다. 신고자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한 남성이 18일 오후 8시50분쯤 경기 남양주경찰서 평내파출소로 찾아와 “오후 9시쯤 D커피숍에 가면 수배 중인 이씨가 있을 것”이라고 제보했다. 그는 “안면이 있던 이씨가 ‘내가 수배중인데 돈세탁을 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의심스럽다”며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씨가 A급 지명수배자라는 사실을 파악해 현장에서 검거했다.
신고자가 말한 카페에는 이씨뿐 아니라 전직 검찰수사관 출신 강모(49)씨도 있었다. 강씨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수사 때 17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인물이다. 이씨가 이사로 있었던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상무 직함으로 활동했으며, 이씨 도주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신고자가 이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미 신고자에 대한 조사를 마쳤지만, “신고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씨의 수배조회 의문점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3명은 강씨와 이씨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강씨는 운전면허증을 제출했고, 이씨는 “신분증이 없다”며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이씨가 말한 주민등록번호는 거짓이었다. 이씨가 곧바로 2층 테라스에서 1층으로 뛰어 내려 도주했다. 경찰관 3명은 이씨를 추적해 검거했지만, 강씨는 그 틈을 타 주변에 있던 의문의 여성과 함께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씨를 검거한 뒤인 오후 10시40분 파출소에서 강씨 운전면허로 수배 상황을 조회했다. 하지만 강씨 이름은 수배 명단에 없었다. 경찰은 2시간 뒤인 다음날 0시40분쯤 다시 수배 상황을 조회했다. 처음 조회 때와 달리 강씨 이름이 수배자로 떴다.
경찰이 두 차례나 수배 여부를 조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은 “이씨 체포 당일 자정 넘은 무렵 검찰에 파견돼 있던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파견된 경찰관이 “이씨 옆에 다른 사람 없었는지”를 물었고, ‘강씨가 있었다’는 답변에 “수배 중인 사람이니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씨 검거 이후 뒤늦게 강씨를 수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 수배는 지난 7일 정도에 내려진 것으로, 전산망에 에러가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를 못 잡나, 안 잡나
검거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이씨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검찰 수사에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검찰 수사는 신속히 진행했다. 검찰은 이씨 검거 직후 이씨가 은신처로 사용하던 아파트를 찾아내 휴대전화 2대 등을 확보했다. 이씨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은 경찰이 몰랐던 커피숍의 여성에 대한 조사도 곧바로 진행했다. 18일 검거된 이씨는 21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그 하루 전에 홍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 검거 당일 등장했던 강씨 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황인호 양민철 기자 inhovator@kmib.co.kr
[사회뉴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