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퇴 후 갈피 못 잡는 새누리 비대위

입력 2016-06-26 16:03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후임 인선은 계파 힘겨루기 탓에 속도가 더디다. 집단지도체제를 개편해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하기로 한 비대위 안은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이르면 27일 회의에서 후임 사무총장을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교체를 공식화했을 때만 해도 합의 추대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선호하는 인물이 확연히 갈려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선동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김 위원장이 주말동안 위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취합해 내일 회의에서 발표하고 추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했다.

임기가 두 달도 채 안 되는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양측이 물러서지 않는 건 전당대회 룰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고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었다. 비대위가 뜻을 모았던 당헌 개정안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는 주요 당직자의 임명권과 당무 통할권을 갖게 된다. 그러자 친박계의 유력한 당권 주자인 최경환 의원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는 비대위가 의결한 건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범친박계인 이주영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완주 방침을 밝히면서 교통정리가 안 되자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30%도 안 되는 지지로 당 대표가 된 사람이 과거 총재 시절의 권한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대 투표 방식도 논란거리다. 권 전 사무총장은 전당대회에 모바일 사전투표를 도입하고, 통합 당원 명부를 작성해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었다. 전대 날짜가 휴가철과 리우올림픽과 겹쳐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문제 역시 계파별 유불리 논쟁으로 옮겨 붙어 결국 유야무야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를 의결할 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자진사퇴했던 김용태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을 창당 이래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계파 패권주의를 바로잡고 수평적 당청관계를 정립 하겠다”고 했다. 비박계 주자인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방법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