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황재근이 화려한 오늘이 있기까지 힘겨웠던 지난날을 되짚었다.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황재근은 26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자신의 소탈한 일상을 공개했다. 7평짜리 집에 살면서 출퇴근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동차는 한 번도 산 적이 없단다.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한국인 최초 졸업생인 황재근은 유럽 패션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013년 ‘프로젝트 런웨이’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으나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국 빚 독촉에 시달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황재근은 “하도 빚 갚으라는 전화가 많이 와서 아예 어디서 전화오면 받지를 않았다”며 “그러다 복면가왕 제작진에게 연락이 와서 방송에서 사용될 가면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복면가왕 녹화 날마다 가장 먼저 출근해 복면을 손보곤 한다.
최근 복면가왕 9연승을 차지한 ‘음악대장’ 하현우(국카스텐)는 “가면이 나와 닮아서 날 알고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라면서 “내게 복면은 짐캐리의 마스크 같은 것이었다. 쓰면 나도 모르는 힘이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황재근은 그에게 가면을 기념으로 선물했다.
황재근은 자신의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영국에 있을 때 큰 누나에게 ‘엄마가 위독하시다’고 전화가 왔는데 비행기 값이 없어서 가지 못했다”면서 “어렵게 구해서 한국에 왔더니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더라. 장례도 3일이나 지나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머니 조의금으로 어렵사리 영국 유학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황재근은 “나는 다시 안 가도 된다고 했는데 형·누나가 ‘엄마가 너 공부할 수 있게 따로 돈을 모아두고는 했다’고 하더라. 졸업쇼를 끝내고 나니 눈물이 나더라”며 울먹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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