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파국 맞은 '페스티벌 봄'…이사회와 예술감독 갈등 심각

입력 2016-06-26 03:15 수정 2016-06-26 18:16

국내 대표적인 다원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봄’이 이승효 예술감독의 재정 및 운영 실패를 이유로 이사회 멤버 9명 가운데 7명이 탈퇴하는 등 파국을 맞았다.
김성희 전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을 비롯해 심재찬, 손진책, 서현석, 윤정섭, 이근수, 전용성 등 7명은 지난 24일 ‘페스티벌 봄 실패와 이사회 탈퇴 선언’을 관련 회원, 관련 기관, 언론사 등에 보냈다. 이들은
“이승효 감독의 재정운영이 투명하지 못한 상태로 운영되어 왔다. 그리고 그의 독단적인 페스티벌 운영이 페스티벌의 치명적인 신뢰도 실추로 이어졌다”면서 “페스티벌 봄에 의한 2차적인 피해를 막는 것이 이사회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되어 이 상황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따르면 이승효 감독 취임 이후 페스티벌 봄은 세금 미납, 공공지원금 지원 기회 박탈, 예술가 및 스태프 정산 미결, 협력 기관에 대한 신뢰도 및 이미지 추락, 예술적 방향성과 시스템의 변질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사회가 페스티벌 봄의 적자와 부채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감사를 청구했지만 이승효 감독이 모두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6일 연락이 닿은 이승효 감독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바로 전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한 해명 등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확한 내용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페스티벌 봄은 김성희 감독이 지난 2013년 6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예술감독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이승효 감독을 임명했다. 일본의 대표적 공연예술축제 페스티벌 도쿄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한국에 온 이승효 감독은 당시 만 29세인데다 국내에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공연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승효 감독은 취임 이후 2014년 서울, 도쿄, 요코하마 등 한국과 일본의 3개 도시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으나 김성희 감독 시절과 비교해 프로그램 규모와 화제성 면에서 존재감이 약화됐다. 그리고 10주년인 올해 짧은 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일반적인 축제 형식을 벗어나 6개월에 걸친 느린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의 여파로 2개의 프로그램과 학술대회만을 치른 후 중단된 상태다. 

최근 페스티벌 봄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이승효 감독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돌던 가운데 결국 이사회 멤버 9명 가운데 7명의 탈퇴 선언이 발생했다. 이들은 “예술감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외부에 전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부적절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이 모든 사태가 새로운 예술감독을 임명할 당시 이사진의 판단에도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의 이름으로 이를 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술계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폐해가 이사진이 관여할 수 없는 수준으로 광범위 하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들의 탈퇴 선언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공연계 원로로 구성된 이사회가 페스티발 봄에 의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이사진을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사로서의 역할에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하는 것이 맞다. 신임 예술감독의 과오와 실수도 있었겠지만 한 사람을 고립시키는 이사회의 대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