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되자 외신들의 시선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쏠렸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는 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면서다. 브렉시트를 가능케 했던 영국민들의 정서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민들의 정서가 일치하는게 아니냐는 분석 때문이다. 브렉시트의 파도가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밀어올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CNN, 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공통점에 대해 집중 보도하며 그의 백악관행에 대해 우려했다.
다니엘 드레즈너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24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미노 효과는 "영국과 세계 경제의 둔화, 스코틀랜드의 독립투표, 또 다른 유럽 국가들의 EU탈퇴, 달러화 강세로 인한 미국 경제의 악영향,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 공포"라고 밝혔다.
드레즈너 교수는 이어 "브렉시트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조짐이 있다"면서 브렉시트 찬반 투표는 어떤 이슈에 대한 투표가 아닌 '영국민의 정체성'에 대한 투표였다고 설명했다. 이민자들에게 기득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영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브렉시트 선거에서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영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드레즈너 교수에 의하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브렉시트에 관심이 없고, 미 대선에서도 브렉시트 자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한 결과'는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브렉시트는 우선 미국 경제 불황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며, 이로 인해 향후 몇 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경기 둔화로 미국인들이 현 정권(민주당)에 불만을 갖게 되면 공화당의 트럼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드레즈너 교수는 트럼프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 등의 공통점이 있어, 이민자 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미 대선에서도 표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의견을 달랐다. 가디언은 24일자 기사에서 "브렉시트가 트럼프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대선 승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포퓰리스트, 반 이민자 정책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영국과 미국의 유권자들은 아주 다르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영국과 미국의 인구 중 백인의 구성 비율에 주목했다.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영국 인구의 86%가 백인이지만 미국은 63%만이 백인으로, 영국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가디언이 영국과 미국의 백인 구성비율에 주목한 것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지지자들 대부분이 이민자와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백인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ABC뉴스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색인종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거의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흑인 유권자의 4%만이 그리고 히스패닉 유권자의 11%만이 트럼프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영국에서는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EU잔류를 지지했지만 그 비율이 백인보다 낮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미국에서는 대선에 투표하는 30%의 유권자들이 흑인이나 아시아계 등의 유색인종이다"라며 미국의 유색인종들이 트럼프의 백악관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