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풍경 김서진 작가 안국약품 갤러리AG ‘LandE-scape’ 展

입력 2016-06-25 09:08
Spirit Hiller Oil on cancas 520x197cm 2016

6월 30일까지 ‘회전하는 원형캔버스’ 등 분절된 시공간의 감정 조각들 이어붙이기

유명한 게임의 주인공이 화면에 등장하고 신화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화사하면서도 환상적인 색채가 유토피아에 다다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린 시절 갑작스런 미국행으로 모국과 이국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야 했던 김서진 작가는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 속에서 분절된 시공간의 감정 조각들을 붙여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 경험한 현실적 경계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현실의 풍경과 비슷한 컴퓨터 게임 속 가상공간을 소재로 삼았다. 게임 속 가상공간은 실제 풍경과도 닮았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어우러지고 중첩되고 경계 없이 넘나들기도 한다. 이 공간 속에서 현대인들은 스스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Saga Oil on linen 180x130cm 2015

작가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접속 가능한 게임의 여러 풍경을 조각내고 재조합했다. 익숙해 보이지만 낯선 공간의 풍경,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 그의 붓질로 재현됐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다중자아를 경험하기도 한다. 삶이란 어느 순간,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뉴욕 코넬대학교 미술대학 파인 아츠(Fine Arts)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전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서진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영등포구 시흥대로 613 갤러리AG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갤러리AG는 안국약품(대표이사 어진)이 2008년 개관한 비영리 열린 문화공간으로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Mages #1 Oil on linen 180x130cm 2014-2015

김서진 작가의 개인전 타이틀은 ‘LandE-scape’다. ‘풍경(Landscape)’을 뜻하는 단어에 ‘전자(electronic)’를 상징하는 알파벳(E)을 합성한 것이다. 풍경(scape)과 탈출(E-scape)의 의미도 중첩됐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관한 풍경으로서의 이미지이자 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 경험한 현실적 경계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회전하는 원형캔버스’ 작업이다. 원형캔버스 속 이미지는 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두 공간은 매우 흡사하면서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것은 실재와 실재의 반사(reflection), 즉 허상의 공간을 상징한다. 이 ‘회전하는 원형캔버스’는 끊임없이 교차하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두 공간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관객이 게임 속 공간이나 장면을 허구적인 공간이 아닌 하나의 특정 장소로 인지하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기존의 산수화나 인상파의 풍경화가 아닌 관념화로 해석돼 우리 삶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업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의 실험과 도전이 주목할만하다(02-3289-4399).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