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상류층보다 잘 살던 선진국 중하층이 세계화로 소득 증가가 정체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열풍이 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두 편의 논문을 토대로 브렉시트 사태와 트럼프 열풍의 공통점을 도출했다. 2014년 랜커와 밀라노비치가 세계은행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선진국 중하층이 그동안 개도국 상류층보다 월등히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냉전 체제로 무역과 이민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세계화가 진행되고 개도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도국 상류층과 중산층의 소득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선진국 중하층의 소득 증가는 정체된 것.
2014년 애스모글루와 오터 등이 전미경제연구소에 낸 논문은 인구이동보다는 자유무역 증가에 따른 불평등 심화에 주목했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패퇴한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면서 미국 가계의 중위 실질소득이 2000년대 들어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선진국에 태어난 행운을 누려왔던 미국·영국 등의 중하층 입장에선 이런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이민과 자유무역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 열풍과 브렉시트 지지로 표출되고 있다. 홍 연구원은 “경제 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 대응이 어려워질 경우 반(反)자유무역, 반이민 운동 흐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선진국 중하층이 개도국 상류층보다 못 살게 되면서 브렉시트·트럼프 열풍 불어”
입력 2016-06-24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