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개혁이 미 연방대법원에서 좌절됐다.미 연방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중단시킨 항소법원의 결정에 대한 최종심에서 찬성 4, 반대 4 결정으로 미 행정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2월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후임이 공화당의 반대로 공석인 상태에서 보수 4, 진보 4명의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보혁구도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정이다.
이로써 권한남용의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중단시킨 원심이 확정됐다. 4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의 추방을 유예하고 직업교육을 제공하려던 이민개혁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더 이상 추진되기 어렵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이민시스템을 후퇴시킨 판결에 실망스럽다”며 “이번 판결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이민개혁 프로그램의 하나인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대법원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임기 중 가장 큰 법적 패배를 안겨줬다”며 “2010년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불법이민자 중 중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거나, 미국 시민 등과 가족적 유대가 있는 400만 명의 신분이 어정쩡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이민개혁이 미 대선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추방대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히스패닉은 미국 인구의 17% 정도로 소수계 중에서는 비중이 가장 크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연방대법원의 4대4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이민개혁 프로그램을 확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이)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적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며 환영했다.
앞서 항소심인 순회법원은 지난해 11월9일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실행을 중단시킨 연방지법의 명령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텍사스 주는 공화당 주지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26개 주를 대표해 2014년 12월 텍사스 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법에 소송을 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