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서울 이랜드가 계약을 해지한 초대 사령탑 마틴 레니(41·스코틀랜드)는 이영표(39) KBS 해설위원의 은퇴전에서 ‘감동의 선물’을 선사했던 덕장이다. 최근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한 지도자지만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이영표 해설위원과 인연이 깊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2013년 10월 28일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현역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면서 레니 감독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당시 레니 감독은 밴쿠버의 홈구장인 BC플레이스 경기장에서 열린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메이저리그 최종전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45분 수비수인 이 해설위원을 공격수 에릭 후르타도(26·미국)와 교체했다.
후반 추가시간을 더해 3분여를 남기고 전술과 무관한 교체를 단행한 이유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은퇴를 빛내기 위해서였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홈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이영표 해설위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관중석 곳곳에선 이영표 해설위원의 이름을 영문으로 적은 플래카드와 태극기가 휘날렸다. ‘이영표 선수, 밴쿠버에서 뛰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글로 적힌 팻말과 초상화를 그린 대형 태극기도 등장했다.
1분을 넘긴 이영표 해설위원의 작별인사에 심판의 제지나 상대 선수들의 항의는 없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벤치에서 기다리는 레니 감독을 껴안고 감사를 표했다.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부터 꿈꾼 은퇴의 순간은 이런 것이었다”며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2014년 7월 이영표 해설위원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레니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훈련 방법, 운영의 선진화에서 경험했던 모든 감독들 가운데 최고였다”며 이랜드에 레니 감독을 추천했다. 계약 기간은 2017년까지였다.
하지만 레니 감독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랜드는 지난 15일 레니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선임 2년 만이다. K리그 챌린지에서 16라운드까지 7위(5승5무6패·승점 20)를 맴돌고 있는 성적 부진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랜드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경질이 아닌 상호 합의한 계약 해지였다.
이랜드는 차기 사령탑으로 박건하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하 코치는 1994년 이 구단의 전신인 이랜드 푸마에서 프로로 입문했다. 1996년 수원 삼성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랜드의 간판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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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