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함준호 금융통화위원이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 정책을 비행기 조정에 비유했다.
함 금통위원은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난기류로 기체는 흔들리고 시야는 잔뜩 흐린데, 거센 앞바람에 추진력은 점차 약해지는 느낌”이란 말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표현했다.
함 위원은 “하루 속히 안전한 항로와 고도를 찾아 경제를 순항시키는 것이 저희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함 위원을 포함해 지난 4월 새로 임기가 시작된 고승범 조동철 이일형 신인석 금통위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함준호 금통위원의 간담회 모두 발언 전문.
반갑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어느덧 2년이 지났는데, 오늘 처음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벌써 25번이나 금리결정을 했지만, 매번 느끼는 어려움과 중압감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통화정책은 science가 아니라 art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부임 후 2년간의 성장률을 평균해 보니, 분기당 0.65%, 연율 2.6%였습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여파도 있었지만, 이번까지 금리를 다섯 차례나 내렸는데, 성장률 면에서는 많이 미흡한 성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통화정책을 항공기 조정에 비유하곤 합니다. 난기류로 기체는 흔들리고 시야는 잔뜩 흐린데, 거센 앞바람에 추진력은 점차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하루속히 안전한 항로와 고도를 찾아 경제를 순항시키는 것이 저희의 책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막 지난 시점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2년 전 저의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임기 중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로 세 가지를 말씀드렸는데, 오늘 이를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한국은행에 부여된 금융안정 책무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정책적으로 구현해 갈 지였습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의 감시자 및 관리자로서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 수행과 관련한 원칙과 범위, 수단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안정은 여러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복합적인 정책목적입니다. 따라서 금융안정의 세부 정책영역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유관기관 간 역할분담, 협력 및 견제장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방안 등, 신중하고 면밀한 정책지배구조가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 확대가 본연의 통화정책 중립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신중한 제도설계가 요구됩니다.
두 번째 과제는,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가 장기화되고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통화정책 프레임웍을 어떻게 개선해가야 할지였습니다. 이를 위해 금통위는 고령화 등 경제구조의 변화가 잠재성장률, 적정물가상승률 등 통화정책 준거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물가목표제의 운영체계를 단일목표와 전망에 기초한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개선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저금리 하 효과적인 정책수단 개발에 힘쓰는 한편, 통화정책 운영의 기본원칙을 마련하고 의결문도 개선하는 등, 금통위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확충해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의 효과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입니다. 정책 파급경로를 개선하고 시장과의 효율적인 소통경로를 확보하는 것 외에, 중앙은행이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구조개혁은 일견 통화정책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긴밀한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잠재성장률과 균형금리의 하락으로 금리하한 도달위험이 높아지고, 노동과 자본의 재배분이 원활치 못해 유휴생산력 문제가 상존하면서 정책효과가 제약됩니다. 통화정책이 구조개혁 과정의 단기적인 부작용을 완충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이듯이, 구조개혁도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효과를 제고하고 저금리의 부작용을 완화하여 경기안정에 기여합니다.
G2 리스크와 같은 난기류가 산재해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불시착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의 추진과 이를 뒷받침할 통화, 재정 등 경기안정화 정책, 그리고 가계부채 위험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올바른 조합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감내해야 할 수술과 링거주사, 그리고 항생제 처방과도 같아서 그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희 금통위는 이러한 당면과제들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 경제의 현실에 적합한 개선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끝.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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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