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자녀를 둔 성공한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53). 그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주제로 글을 올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격'에 소개된 에반스의 글을 간추려 보았다.
큰딸 제나가 얼마 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이혼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그런데 12세가 되자 그렇게 서로 싸울 바에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 아빠가 잘 지내게 돼서 좋아요." 아내 케리와 나는 사실 수년간을 싸워댔다.
돌아보면 우리가 처음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의 성격이 무척 달랐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부와 명성'도 가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내와의 신경전을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책 홍보 투어를 핑계삼아 집을 떠나는 편이 마음 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돌아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싸움은 일상이 됐고,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감정적인 벽을 쌓았다. 실제로 이혼을 언급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어느 책 홍보 투어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또 전화로 대판 싸웠고, 케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나는 혼자였고, 외로웠고, 당혹스러웠고, 화가 났다. 이제 한계였다. 그때 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걸 기도라고 부를 수 있을지, 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기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뭐였던 간에 내게는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나는 애틀랜타 한 호텔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고함을 질렀다. 이 결혼은 잘못됐고, 더는 못해먹겠다고. 왜 케리와 같이 사는 게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케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좋은 사람인데. 왜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왜 나는 이렇게나 정반대의 사람과 결혼한 걸까? 왜 아내는 달라지지 않을까? 목이 쉬고 목소리가 갈라진 채, 결국 샤워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절망의 끝에서,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넌 아내를 변화시킬 수가 없어, 릭. 단지 너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이지. 그 순간,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아내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면, 저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날 밤 늦게까지 기도했다. 다음날,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기도했다. 아내와 나란히 침대에 누웠을 때 갑자기 영감이 찾아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케리 쪽으로 몸을 살짝 굴렸다. 그리고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케리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뭐?"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기분이 좋아지겠냐고?"
"뭘 해도 안돼.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왜냐면 그러고 싶으니까. 어떻게 해야 오늘 당신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아내는 냉소적으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할 일이 없나 봐? 그럼 부엌 청소나 하시든가."
아내는 내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청소했다.
다음날 나는 똑 같은 질문을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아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차고를 청소해."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미 충분히 바쁜 하루를 보냈고, 케리가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았기에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대신 이렇게만 말했다. "알겠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2시간 동안 차고를 청소했다. 케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또 다음날이 됐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제발 그만 좀 물어봐."
"미안해. 하지만 계속 물어볼 거야. 내 자신과의 약속이거든.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냐면 당신이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 우리 결혼생활도."
다음날 아침, 나는 또 물어봤다. 그 다음날도. 2주째로 접어든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내가 질문을 던지자 케리의 눈이 눈물로 젖어들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제발 그만 물어봐. 당신이 잘못한 게 아냐. 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 같이 살기 힘든 사람이라서 그래. 왜 아직까지 당신이 내 곁에 있는지 모르겠어."
"왜냐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그건 내가 해야 될 말이야."
"그럼 해. 하지만 지금은 말고. 지금은 내가 달라져야 하거든.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
아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까지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나는 대답했다. "사랑해."
그녀도 말했다. "사랑해."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아내는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같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나는 미소를 건넸다. "그거 좋네."
한 달이 넘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부부싸움이 중단됐고, 케리도 묻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 어떻게 하면 당신한테 더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와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 이후로 우리가 한 번도 싸우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싸움의 성격이 달라졌다. 점점 횟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예전처럼 치열하지도 않았다.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케리와 나는 30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 나는 이제 그저 아내를 사랑할 뿐 아니라 인간적인 호감을 품고 있다. 그녀와 함께인 것이 좋고, 곁에 있어도 그립고, 필요하다. 우리의 차이점 가운데 대다수는 도리어 강점이 됐고,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배웠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행동하고자 하는 의욕을 되찾았다.
우리 부부의 방법이 다른 모두에게 통하라는 법은 없다. 모든 결혼 생활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경우에, 나는 오래 전 그날 찾아온 깨달음에 감사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베프이자 반려인 아내가 옆에 누워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 중 하나가 가끔 침대 맞은 편으로 굴러가서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라고 물어볼 거라는 사실이 감사하다. 오늘도 그 질문을 하기 위해, 또는 받기 위해 눈을 뜬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인내심이 필요하네요" "지금 남편과 힘든데 저도 이렇게 해봐야겠어요" "너무 좋은 글이네요. 먼저 베풀고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사랑의 진리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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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