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남상태(66) 전 대우조선 사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고 의혹을 받고 있는 건축가 이창하(60)씨의 비자금 조성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23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씨는 그의 건축설계 사무소를 대우조선이 인수하게 한 뒤, 1년 만에 측근에게 헐값으로 팔아 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후 2개월만에 대우조선계열사로 동종 회사를 차려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3월 이씨는 남 전 사장의 취임과 함께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전무로 영입됐다. 다음해 4월 디에스온(옛 이창하홈)이 대우조선해양건설 계열사로 편입됐고 이씨는 51%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2008년 6월 유상증자를 거친 뒤에는 무려 67.55%의 지분을 갖게 됐다.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2008년 12월 17일 디에스온은 이창하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포엠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주식을 전량 사들여 인수했다. 총 6억 4000여만원의 규모였다. 아유디자인컨설턴트 종합건축사사무소로 이름도 바꿨다. 그러고는 1년 뒤인 2009년 12월 31일 과거 포엠 관계자들에게 아유디자인의 지분 100%를 1억원에 매각했다. 디에스온은 약 5억의 손해를 봤고 포엠 측에는 그만큼의 이익이 돌아갔다. 이 돈의 일부가 이씨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디에스온은 2010년 자본금 3억원을 들여 에이유디씨종합건축사사무소를 새로 설립했다. 아유디자인과 거의 같은 일을 하는 회사다. 대표이사는 과거 포엠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김모(52)씨였다. 주소지도 같은 빌딩에 층만 달랐다. 5억원의 투자 손실을 보고도 2개월만에 동종 회사를 설립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
에이유디씨는 그후 대우조선과 그 계열사에서 일감을 집중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전체 매출 40억원 중 22억(55%)이 대우조선건설(12억원)과 디에스온(6억원)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2011년 또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고 2012년은 매출 20억원 전체가 대우조선과 대우조선 건설에서 나왔다.
전 대우조선 관계자는 "아유디자인과 에이유디씨는 대우조선에서 설계용역을 수주받아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많은 이익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유디씨는 지난해 폐업했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김갑중(61) 대우조선해양 전 부사장에 대해 수조원대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등)로 이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관련기사 보기]
☞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