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23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지원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지원을 내팽개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남인순 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명목으로 올해 예산 4억4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지금까지 이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않았다. 전임 조윤선·김희정 장관도 등재 추진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후부터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여가부는 기록유산 등재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올해 편성됐던 위안부 기념사업 관련 5개 항목 예산 11억5000만원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유산 등재뿐 아니라 교육콘텐츠 제작,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예산이 빠진 것이다.
민간단체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등 7개국 시민단체와 함께 유네스코에 기록물 등재 신청을 냈다. 한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10월까지 홍보와 자료보완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와 번역료 등이 들어가는데 정부가 잡힌 예산조차 내주지 않고 있어 대책회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기록유산 등재사업은 기록물 소장자인 민간단체에서 추진하는 만큼 정부 관여 없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집행하지 않았다”며 “예산을 불용 처리할지 다른 용도로 이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에는 "우리 정부가 맞는냐" "여성가족부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