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바닥에 눌러 앉은 美 하원 의원들…“얼마나 더 죽어야 결정할 것인가”

입력 2016-06-23 10:17 수정 2016-06-23 12:35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해묵은 숙제로 꼽히는 총기규제 입법을 촉구하며 22일(현지시간) 의사당 바닥에 앉아 무기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번 농성은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인 존 루이스(조지아·76) 하원의원의 주도로 이뤄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 총기참사인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사건(49명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상원에서 총기규제 관련법 4건이 모조리 부결된 데 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표결이 봉쇄된 데 따른 항의 차원에서다.

루이스는 동료 의원 40여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에 입장해 “무고한 사람들의 피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귀를 닫고 있다”며 “얼마나 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결정할 것인가”라며 즉각 총기규제 입법에 나설 것을 공화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루이스는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행동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셀마-몽고메리 참정권 운동행진 등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와 함께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던 인물이다.

(사진 출처=트위터)

루이스 의원의 입장 발표가 끝나자 의원들은 총기 희생자를 위해 기도한 뒤 의사당 바닥에 앉아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상원에서 지난 15일 15시간 동안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총기규제 강화법안의 표결 처리를 이끌어냈던 크리스 머피, 리처드 블루멘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엘리자베스 워런도 참석했다. 오후가 지나면서 참석자 수는 100명을 돌파했으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음료와 스낵을 들고 오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사진 출처=트위터)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후 1시쯤 휴회를 선언했다. 테드 포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 농성의원에게 의사당을 떠나줄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입법 없이 휴회도 없다”는 구호에 묻혔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no fly, no buy’ 법을 추진 중이다. 테러 의심을 받아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람의 총기 구매를 막는 내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꼭 필요한 시점에 총기폭력 반대를 이끈 루이스 의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총기규제 입법 좌절에 대한) 미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라이언 하원의장은 인터넷매체 블리츠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의 농성은 “그저 선전용 방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