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경자 작품 제출해달라” VS. 서울시립미술관 “못준다”

입력 2016-06-23 09:13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천 화백 1주기 추모전에 전시 중인 작품들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미술관측은 “전시 방해”라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1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천 화백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에 전시 중인 작품 5점의 임의제출을 요구했다. 시립미술관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엿새 뒤 검찰에 제출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자 검찰은 18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을 들어 작품 제출을 강하게 압박했고 이튿날인 20일에는 검사가 직접 미술관을 방문해 전시 현황까지 확인했다.
앞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지난 4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국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사진)에 대해 작가 스스로 위작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지난 8일 김씨를 불러 조사하는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25년간 보관돼온 미인도를 국립미술관으로부터 제출받았다.
검찰은 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과 미인도의 원작자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같은 검찰의 수사 일정은 미술관 측이 작품 제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술관은 천 화백이 생전에 기증한 전 작품(93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인 점,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인 점, 전시기간이 6월14일부터 8월7일까지라 중간에 주요 작품 가져가 버리면 전시회 취지 자체가 퇴색한다는 점 등을 들어 작품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술관은 강제수사 시 성명서와 보도자료 배포, 긴급토론회 개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는 입장을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