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로 유명한 영국 무용수 겸 배우 리암 모어(24)가 한국을 찾았다.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단원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 공연을 위해서다. 22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시종 유쾌하고 부드러웠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제 인스타그램에 한국인 팔로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남겼는데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인기 있었던 덕분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워온 모어는 2003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캐스팅 디렉터에게 발탁됐다. 그는 뮤지컬을 준비하는 동시에 로열발레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발레학교 입학 초기 수업과 뮤지컬 연습을 병행했지만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자퇴했다. 그는 “발레학교를 그만둔 것은 아쉬웠지만 ‘빌리 엘리어트’를 준비하면서 춤과 체조, 연기, 노래 등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2005년 3월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그는 2006년 9월까지 120회 이상 공연했으며 권위있는 올리비에상의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빌리 역은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나이가 가장 어렸던 그가 가장 큰 인기를 끌며 가장 오랜 시간 빌리로 출연했다. 그는 “‘빌리 엘리어트’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흥행을 거둔 것도 놀라웠지만 올리비에상까지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중등부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2008년 런던 램버트 무용학교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배운 뒤 2011년 졸업과 함께 뉴 어드벤처스에 입단했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그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가위손’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뉴 어드벤처스의 간판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어렸을 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 성인 빌리로 출연하는 무용수 아담 쿠퍼를 많이 동경했어요. 영화에 극히 일부만 나오지만 매튜 본이 안무한 ‘백조의 호수’는 제게 정말 큰 영감을 줬습니다. 그래서 뉴 어드벤처스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입단 후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역으로 출연했을 때는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뉴 어드벤처스 무용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매튜 본은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그가 만드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며, 이야기 역시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는 관객들이 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4년 9월 모어는 성인 빌리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특별공연에 출연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 빌리로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이후의 그의 삶에 부담은 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어렸을 때 빌리를 연기한 것은 내 인생에서 대단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로 이후 특별히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다”면서 “오히려 특별공연에 출연할 때 정말 긴장되고 부담감을 느꼈다. 꼬마 빌리와 함께 연습하는데 정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내한공연에서 세 가지 역을 번갈아가며 맡는다. 첫 번째는 라일락 백작으로 오로라 공주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요정이다. 두 번째는 나쁜 마녀 카라보스 겸 그의 아들 카라독으로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는 악역이다. 세 번째는 요정들 가운데 한 명인 턴트럼이다. 그는 “뉴 어드벤처스에 입단한지 얼마 안된 2012년 매튜 본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나를 포함해 무용수들도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밝혔다.
현재 뉴 어드벤처스에서 무용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뮤지컬배우로 다시 무대에 서는 그를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는 “지금은 컴퍼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투어를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뮤지컬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출연할 수도 있다. 다만 15살 이후로는 노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뮤지컬에 출연하려면 트레이닝을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