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 1급 발암물질인 비소의 법정 기준치를 2배에서 많게는 682배나 초과한 ‘광재’ 총 17만1344톤을 2011년부터 최근까지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해 56억원의 부당 이득을 거둔 혐의(폐기물관리법 등 위반)로 자동차 폐배터리(납축전지) 재활용업체 11곳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이중 불법 처리 분량이 5만6717톤에 달하는 경기도의 B업체 대표이사 박모씨 등 4개 업체 임원 총 4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자 11명과 9개 법인은 불구속 기소했다.
광재는 광석에서 금속을 제거한 뒤 남은 찌꺼기를 말하며 재활용업계에서는 납축전지를 폐기할 때 나오는 불순물을 뜻한다. 폐배터리에 포함된 납에 일정량의 비소가 함유돼있어 납의 용융과정에서 발생한 광재에도 비소 성분이 들어있다. 비소는 ‘사약’의 원료로 마시거나 피부에 닿으면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며 혈압변화, 구토, 구역, 설사, 위통, 흉통, 호흡곤란, 두통, 정서장애, 내출열 등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유독물이다.
때문에 기준치를 초과한 비소가 들어간 광재는 수집·운반·보관·처리 절차를 사전과 사후에 환경부에 보고하고 확인받는 ‘지정 폐기물’로 분류된다. 지정 폐기물은 취급이 까다로운 만큼 톤당 처리 단가가 일반 폐기물보다 3만3000원 가량 비싸다.
이들 업체는 배출자가 폐기물 시료를 자체적으로 측정해 분석기관에 제출하는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했다. 법정 기준치(1.5㎎/ℓ) 이하의 비소가 함유된 광재 시료를 기준치 초과 시료와 바꿔치기해 거짓 성적서를 발급받는 수법을 썼다.
이후 조작한 성적서를 폐기물 처리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해 광재를 일반 폐기물로 둔갑시켰다. 이후 일반 폐기물 매립장에 무단 매립하거나 매립지를 덮는 복토재(覆土材) 등으로 처리했다. 석산 개발 현장의 채움재로 쓰기도 했다. 적법한 처리를 건의한 사내 환경담당 기술인의 의견은 묵살했다. 관계자가 구속된 전북 소재 C사, 전남의 D사는 주변 공공수역에 비소, 카드뮴 등의 유해물질을 유출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18개 업체의 과반이 넘는 11곳이 불법으로 단가를 낮춰 영업을 지속하는 동안 광재를 정상 처리한 양심적인 업체들은 비용 증가로 경쟁에서 뒤쳐져 폐업·휴업했다. 문제는 폐기물 배출자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없어 이들 업체의 영업을 막을 방법이 없어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법 매립이 이뤄진 해당 지자체가 원상복구명령을 내리는 조치밖에 할 수 없다. 수질이나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한 업자는 환경 당국이 영업정지 등의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이 최초로 진행한 전국 단위의 기획수사다.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지난 2월 1일 발족한 환경사범 전문 검사 1명과 경력 5년~20년 이상의 환경범죄수사전문 공무원 6명 등으로 지난 2월 1일 발족한 조직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