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기부자들의 외면으로 선거자금 잔고가 바닥났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6월 현재 선거자금 잔고는 130만달러(약 15억원)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4200만달러,약 486억원)의 3%에 불과하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형편없는 모금실적에 실망을 드러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내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지만, 이미 4570만달러(약 529억원)의 빚을 안고 있다.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일제히 트럼프와 클린턴의 선거자금잔고를 비교 분석했다.
트럼프 캠프가 신고한 선거자금 잔고는 6월 현재 130만달러다. 경쟁자인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클린턴의 잔고는 4200만달러다. 트럼프의 자금은 클린턴 자금에 비하면 ‘새 발 의 피’다. 4년 전 공화당의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같은 시기에 모금한 3400만달러(약 394억원)에 비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가 자금난에 시달리다보니 아직까지 TV광고 한 편 내보내지 못했다. 전국 각지의 선거사무소는 문을 닫았거나, 파리를 날리는 상황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네바다 선거본부 사무실은 지난 주 문을 닫았다. 맨체스터의 트럼프 선거사무소에는 직원 한 명이 남았다. 트럼프의 선거캠프 인력은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있는 70여명과 가족들이 사실상 전부다.
자금압박에 시달린 트럼프는 기금모금에 나섰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트럼프는 올랜도 총기참사 여파로 지난주 보스턴에서 예정됐던 기금모금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이번 주 뉴욕 맨해튼에서 기금모금행사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행사참가비가 500달러에 불과한데도 겨우 260명이 등록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의 기금모금 실적이 낮은 것은 경선 때 트럼프의 경쟁자들을 지원한 공화당의 큰 손들이 움직이지 않는 탓이 크다. 트럼프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트항공과 메리어트호텔 회장을 지낸 프레드 말렉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모금을 담당했으며 2008년에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거자금 모금 책임자였다. 말렉은 “워싱턴DC에서 트럼프를 위해 모금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나도 트럼프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WP에 말했다.
트럼프는 “경선을 치르면서 5000만달러 이상의 내 돈을 썼다”며 “필요하다면 내 돈을 대서라도 무제한 현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WP는 트럼프가 지난달에도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어떻게 거액을 마련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편 클린턴은 이날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유세를 갖고 “자신의 회사를 4차례 파산시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파산으로 수백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주주들은 사라졌으며, 소기업 계약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거나 파산했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무사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거짓말쟁이 클린턴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