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비슷해 헷갈리는 크론병과 장결핵 감별진단법 개발

입력 2016-06-22 10:17

잦은 복통과 설사, 체중감소…. 난치성 크론병의 주 증상이자, 장결핵의 주 증상이기도 하다. 이런 증상을 겪을 때 크론병 때문인지, 장결핵 때문인지를 쉽게 감별할 수 있는 새 진단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건양대병원은 소화기내과 허규찬(사진) 교수팀이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과 ‘장결핵’ 감별에 도움이 되는 7가지 진단지표를 표준화하는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가스트로엔테롤로지’(AJG) 최근호에 게재됐다.

크론병과 장결핵은 증상이 서로 유사해 그동안 소화기내과 의료진들도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아 오진의 위험성이 적잖았던 병이다.

크론병은 식도, 위, 소장, 대장과 항문에 이르기까지 위 장관 전체에 염증을 유발하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복통과 설사, 체중감량 등인데, 이것이 장결핵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매우 유사해서 문제가 된다. 더욱이 장결핵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결핵균 발견이 쉽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허 교수는 두 질환 감별에 필요한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크론병 진단을 162명과 장결핵 진단자 99명 등 염증성 장질환자 총 261명의 소화기 검사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각 질환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7개 지표를 발굴했다. 이 지표는 비슷한 증상을 보여 진단 시 오진 위험이 높은 크론병 환자와 장결핵 환자에게 시험 적용해본 결과 진단의 정확도가 95%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표에 따르면 장결핵 환자는 크론병 환자에 비해 비교적 고령에 여성의 비율이 높았고, 대장내시경 상 고리모양의 궤양이 발견됐으며, 방사선 검사 상 폐결핵 증상을 보였다.

반면에 크론병 환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의 남성 비율이 높았으며, 우독 설사가 심하고 대장내시경 검사 상 띠 모양의 궤양과 구불결장까지 병변이이 침범한 경우가 많았다.

허 교수는 “만약 장결핵을 크론병으로 잘못 진단해 면역억제제 치료를 할 경우 결핵균이 온몸에 퍼져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