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은 여러 지점에서 흥미롭다. 국내 고예산 상업영화로는 처음 좀비를 다뤘다. 출연진 라인업마저 화려하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그리고 떠오르는 아역스타 김수안.
무엇보다 데뷔작 ‘돼지의 왕’(2011)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이 처음 내놓은 실사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소개돼 현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 대체 어떻게 나왔기에.
21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부산행’ 제작보고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첫 실사영화에 도전한 이유를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원래 실사영화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워낙 많은 분들이 해보라고 얘기해서 오히려 안한다고 버티는 모양새가 웃기더라”며 “아예 바꾼다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병행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7월 20일 개봉을 앞둔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재난 상황에 부산행 KTX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취향 타는 소재부터 모든 게 도전이었지만 공유는 그래서 이 작품을 택했다. 그는 “예산이 적은 영화에서는 시도된 적 있는 소재지만 이처럼 상업적으로 제작된 건 처음”이라며 “(그 프로젝트에) 숟가락을 얹어보고 싶었다. 편승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웃었다.
“일단 시나리오가 주는 완성도와 짜임새가 촘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남들이 선뜻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흥행이) 잘 되든 안 되든 기록으로 남게 되겠죠.”
촬영 현장부터 달랐다. 국내 최초로 LED 후면 영사 촬영 기술을 도입했다. 열차 세트의 창밖 배경에 300여개의 LED 패널을 이어붙인 영사 장치를 설치해 시속 300㎞로 질주하는 속도감을 표현했다.
열차 내부에 반사체들이 많아서 자연광 아래에서는 빛의 일렁임이 카메라에 다 담기기 때문에 LED 방식을 선택했다는 게 연 감독의 말이다. 이런 기술력으로 현실감을 더했고, 이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어졌다.
공유는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열차 외부에서 저에게 위협을 가하고 덤비는 모습들이 담긴 영상을 틀어주셨는데 허공이 아니라 실제 대상을 보며 연기할 수 있으니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행운이었다”며 만족해했다.
특수분장으로 영화는 한층 리얼리티를 더했다. 연기자들의 좀비 분장이 너무 리얼해 연기를 하면서도 가끔은 진짜 무서웠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았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 내심 걱정이 많았어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만 좀비 분장이 과연 동양인에게 어울릴까. 도리어 관객이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면 어떡하지. 그런데, 테스트 분장 때 보니 정말 무섭더라고요. 게다가 감염자 배우들이 열정과 긍지를 갖고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도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공유)
마동석은 극 중 감염자로 등장하는 단역 연기자들의 공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그 분들은 분장도 많이 했을 뿐더러 (더운 날씨에) 여러 명이 서로 겹쳐있으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연기를 잘 해줬다. 저희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그 분들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