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남동생이 능글맞은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봉이 김선달’이 된 배우 유승호(23)는 작정하고 웃음을 안긴다. 시도 때도 없이 윙크까지 날린다. 그가 선보이는 다양한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2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봉이 김선달’ 기자간담회에서 박대민 감독은 “김선달은 누구나 아는 인물이고 그만큼 익숙한 이야기”라며 “익숙함으로 관객에게 쉽게 다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봉이 김선달은 임금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물이다. 유승호가 김선달 역을 맡으면서 설화 속 ‘아재’ 느낌에서 벗어나 젊고 섹시한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익히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했기에 전개 자체가 그리 새롭지는 않다. 권선징악으로 흐르는 결말도 흔하디흔하다. 그러나 결국 통쾌함은 있으니 다행이다.
박 감독은 “돈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악당(조재현)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쾌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유승호가 있고, 그가 주체가 되어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유승호는 부담을 내려놓고 오히려 마음껏 캐릭터를 즐겼다. 작정하고 도전한 코믹 연기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유승호 “극 중 변장을 많이 했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정말 재미있었다”며 “현장에 나갈 때마다 그때 그때 다른 사극을 찍으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코미디 장르만의 매력도 알게 됐다. 그는 “촬영하는 순간과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면서 “(그런 감정을) 이번에 처음 느꼈다”고 했다. 특히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기쁨을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코믹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웃어주시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더라고요.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 기뻤어요. 코미디는 정말 기분 좋고 즐거운 장르인 것 같습니다.”
어찌나 즐거웠던지 여장도 본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했단다. 시나리오 상에는 여장을 한 컷이 몽타주로만 등장했는데 유승호가 의욕을 불태워 분량이 늘어났다. 당연히 예뻤다. 심지어 그 모습을 하고 새초롬하게 윙크도 한다.
“원래 윙크하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윙크를 날렸어요. 그때 한창 코믹에 욕심이 있었나 봐요. 갑자기 하고 싶어져서 한 거예요. 그 장면을 쓰실 줄은 몰랐는데 (완성본에 들어갔네요.)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웃음).”
이번 영화로 처음 정식 연기에 도전한 그룹 엑소(EXO) 멤버 시우민(본명 김민석·26)과도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실제로는 유승호가 세 살 어린데 극중에서는 시우민이 귀여운 동생으로 나온다.
유승호는 “원래 저보다 형인 줄 몰랐는데 검색해 보니 저보다 세 살이 많더라”며 “처음 만났을 때는 형 눈매가 날카로워서 겁이 났는데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보니 장난기 많은 눈매로 받아들여지더라”며 웃었다.
“(시우민은) 진짜 형 같아요. 그냥 동네 형처럼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활달해요. 극 중에서는 견이 역할을 정말 잘 해줬어요. 어린 동생처럼 애교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를) 잘 해주니까 저 또한 극 중 형으로서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이들의 톡톡 튀는 앙상블이 돋보인다. 조재현, 고창석, 라미란 등 선배들은 무게감을 잡아준다. 편안하게 웃으며 보기 좋은 영화, 좀 더 짜임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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