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는 방탄복’ 뒤에는 예비역 장성과 업체 유착 있었다

입력 2016-06-21 17:19
방탄복 제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뚫기는 방탄복’ 납품을 도와준 예비역 장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의 부인을 업체에 ‘위장 취업’ 시켜 월급 명목의 돈을 챙기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수뢰 후 부정처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예비역 육군 소장 이모(6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S사 상무 권모(60)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2011년 8월∼2014년 11월 방탄제품 납품업체 S사로부터 신형 방탄복 사업자 선정 등 대가로 4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성능이 향상된 '신형 다목적 방탄복'을 개발해 군에 보급하는 29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액체 방탄복 보급 계획이 포함됐다. 북한군 철갑탄도 방어할 수 있다는 방탄복이었다.

그런데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이던 이씨는 2011년 8월∼2012년 7월 S사에서 1000만원을 받고는 액체 방탄복 보급계획을 중단했다. 민간업체 연구개발 방식으로 다목적 방탄복을 조달키로 변경한 것이다. 이 결과 S사는 2012년 8월 다목적방탄복 연구개발업체로 선정됐고 2014~2025년 20년간 독점공급권을 부여받았다.

일선 부대와 해외파병 부대 등에 3만5000여벌이 공급된 S사 제품은 감사원 감사 결과 철갑탄에 완전히 관통되는 등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4년 퇴직한 뒤 자신의 부인을 S사의 계열업체에 위장 취업 시켜 급여 명목으로 3500만원을 더 챙겼다. 그는 다른 방산업체 2곳에서도 국방부·방위사업청 등 군 관계자에게 사업 수주나 납품 편의를 위한 로비 대가로 모두 74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이씨를 비롯해 방탄사업과 관련해 3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5명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은 방탄유리 시험평가서 36장을 W사에 발급해주고 대가로 890만원을 받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뇌물수수 등)로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인 예비역 육군 대령 김모(66)씨를 구속기소했다. 방위사업청 장비물자 계약부장으로 재직 시절 S사의 청탁을 받고 다른 회사의 신형 방탄헬멧 사업자 지위를 포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예비역 육군 준장 홍모(55)씨도 구속 기소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