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km나 떨어진 러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에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 중 한 가지 원인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밝혀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는 ‘러시아 산불’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대기화학물리분야 최고 학술지(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에 최신호에 발표됐다.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로, 미세먼지보다 4분의 1 정도로 작고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잘 걸러지지 않아 뇌질환이나 폐?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화석 연료의 연소나 농작물 잔류물, 산림 등의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생성된다.
연구팀은 2014년 7월 러시아 시베리아 산림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후 대전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μg/m³) 수준이 된 것을 발견하고 초미세먼지의 화학조성분석 및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러시아 산불과 한반도 초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시베리아 산불지역 동쪽으로 발달한 저기압과 서쪽으로 발달한 고기압의 기압배치의 영향으로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남쪽(약 3000 km)으로 이동해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온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이용해 대전 지역에서 포집된 초미세먼지의 화학조성분석을 한 결과 바이오매스가 탈 때 생기는 물질(바이오매스 연소 지시물질)인 ‘레보글루코산’이 평상시보다 4~5배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마노산, 칼륨 등의 정성 및 정량 분석을 통해 러시아 산불에 의한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파악했다.
정진상 박사는 “여태까지는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중국에서 배출된 뒤 장거리 이동을 통해 발생된 초미세먼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러시아의 산불도 초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앞으로는 중국 북부 지역과 북한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소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3000km 떨어진 '러시아 산불'이 한반도 초미세먼지 농도 높였다?
입력 2016-06-21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