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 회부된 총기규제 법안이 투표 결과 전부 부결됐다. 올랜도 총기참사 이후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거나, 테러 감시대상자의 총기구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각각 표결에 부쳐졌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미 상원은 20일(현지시간)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의원이 발의한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법안에 대한 표결 결과 찬성 44, 반대 56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가결되려면 60표 이상이 필요하다. 또 같은 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발의한 ‘테러의심자 총기구매 방지’ 법안도 찬성 47, 반대 53으로 부결됐다. 상원에서 54명으로 다수를 점한 공화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대하면서 두 법안 모두 통과에 실패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행금지 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이 총기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인 7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총기단체의 로비와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보수파들을 의식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이번에도 총기규제법 제정은 수포로 돌아갔다.
공화당 의원들이 규제 수위를 대폭 낮춰 발의한 법안도 부결됐다. 존 코닌 의원은 테러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72시간 동안 총기 판매를 보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법안이 미온적이라고 판단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의원들은 무고한 미국인들의 목숨을 전미총기협회(NRA)보다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외국의 극단주의자 집단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총기규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