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핵심측근인 선거대책본부장 코리 루언다우스키를 경질했다. 연방판사 인종차별 발언 이후 지지율 하락에 빠진 트럼프가 선대본부장 교체를 통해 캠프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캠프의 호프 힉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루언다우스키가 더 이상 캠프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외부에서 영입된 폴 매나포트 선대위원장이 지휘봉을 쥐게 됐다.
트럼프가 한 때 자신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루언다우스키를 내친 것은 최근의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대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직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학 사기사건’을 맡은 멕시코계 연방판사에게 인종차별적 비판을 쏟아낸 이후 지지율이 추락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지난달 25일에만 해도 43.4%로, 클린턴(43.2%)에 미세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20일 현재 트럼프는 39.4%로 클린턴(45.4)에 6.0% 포인트 뒤졌다.
CNN은 “트럼프가 지난달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와 주요 후원자, 공화당 평당원 등으로부터 올랜도 총격사건을 포함해 모든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트럼프 지지율이 클린턴에게 크게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며 “반 트럼프 세력들이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저지하려 한다는 보도 이후 트럼프가 자신의 선대본부장을 경질했다”고 분석했다.
해양경비대 출신인 루언다우스키는 2002년 밥 스미스 뉴햄프셔 상원의원 재선거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공화당의 ‘큰 손’ 코크 형제가 지원한 슈퍼팩(정치자금후원회) ‘번영을 향한 미국인(American for Prosperity)’ 국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반주류 성향으로 공화당 인사들과 알력을 빚었다.
경선 내내 트럼프를 밀착수행한 루언다우스키는 여기자 폭행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으며, 이후 소통을 방해하는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됐다. 특히 트럼프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매나포트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후 캠프 안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후문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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