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일대 테러조직 사이 세력 싸움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으로 테러 수위가 높아지면서 양 조직 모두가 지지 여론을 잃거나 정부 대테러 작전에 노출되는 등 외려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유럽연합안보연구원(EUISS)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발행한 보고서에서 본래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의 지역 조직 AQIM과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수년 간의 경쟁 뒤 함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AQIM은 북아프리카 알카에다(AQIM·Al-Qaeda in the Islamic Maghreb)의 약자다. AQIM의 시초는 1992년 알제리에서 집권이 유력하던 ‘이슬람 구국전선’이 정교일치 노선 때문에 총선에서 배제당한 뒤 테러조직으로 변신한 ‘살라피스트 무장교화 그룹(SGPC)’이다. 사하라 사막으로 숨어든 SGPC는 2007년 알카에다와 손잡으면서 AQIM으로 이름을 바꿨다.
◆ 납치로 얻은 돈... 알카에다보다 막강해진 AQIM
이후 미국의 집중 소탕작전으로 알카에다의 세력이 약해지자 AQIM은 조직 유지를 위해 새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더군다나 주 근거지로 삼던 알제리 정부가 테러세력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AQIM은 마그렙(Maghreb·아프리카 북서부)에서 사헬(Sahel·아프리카 중북부)로 이동해 ‘납치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지역 테러조직에 일종의 ‘하청’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납치 사업에서 거둔 수익은 조직 전체 수입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했다. 이외 AQIM은 담배 밀수를 비롯해 난민 밀입국 사업에서도 짭짤한 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AQIM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거둔 수익은 7500만 달러(871억원)에 달한다. 이 덕에 AQIM은 알카에다 본 조직보다도 오히려 더 막강한 세력을 구축했다.
◆ ‘경쟁자’ IS의 등장
판도가 바뀐 건 IS가 이 지역 진출을 선언한 지난 2014년 11월이다. 국제사회가 기존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돈줄을 옥죄기 시작하자 IS는 이 지역에 새 근거지를 구축했다. IS가 조직원 모집과 훈련을 비롯해 새 수익원 역시 이 지역에서 찾으면서 두 조직은 부딪히기 시작헀다. EUISS는 지난 1월 부르키나파소 호텔 인질극 등 최근 AQIM의 테러 수위가 높아진 것 역시 IS와 벌인 ‘납치 사업’ 경쟁의 결과로 봤다.
IS는 2014년에만 납치로 3500만~4500만(406억~522억원)을 벌었다. 이들은 AQIM처럼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정부나 연합군에 공포를 심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납치 및 테러에 집중한다. 2015년 2월에만 IS는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를 산 채로 매장하고 이집트의 콥트(이집트의 독자적 기독교 분파) 기독교인 21명을 참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IS 역시 자금난을 겪으면서 납치의 목적을 어느 쪽에 둘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테러
리비아에서 주로 맞붙는 이들 두 조직은 최근 함께 침체기를 맞았다. IS는 재정적으로는 그 규모가 줄지 않았으나 인적 구성이나 지배영역이 크게 축소됐다. AQIM은 수하 무장단체들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조직 사이 경쟁 격화로 테러 수위가 높아지면서 각 지역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지 여론이 추락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각국 정부가 이들을 소탕하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당장 조직 유지가 급해진 이들으로서는 테러 수위를 낮추기도 어렵다. EUISS는 이들 조직이 결국 범죄자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써 각국 정부가 대테러 조직원 모집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