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안은 산더미, 민심은 갈라지는데 여 지도부는 아직 '봉숭아학당'

입력 2016-06-20 16:23

빈번한 계파 충돌로 ‘봉숭아학당’이라고 불렸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4·13 총선 참패 후 들어선 임시 지도부도 봉숭아학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선정 등 현안이 쌓여있지만 혁신은커녕 내부 갈등에 발목 잡힌 집권 여당의 모습에 국민들의 우려만 커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 승인을 둘러싼 내홍으로 거취를 고민했던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당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복당 승인 혼란의 책임을 물어 경질 의사를 밝힌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 참석,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권 사무총장은 비대위의 해임 의결 없이는 회의에 계속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당 사무처는 당헌·당규를 뒤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권 사무총장은 사무총장과 비대위원 두 직책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사무총장은 비대위원장이 새로 임명할 수 있지만 비대위원 교체는 상임전국위 등의 추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대표격인 김 위원장의 ‘영(令)’이 안서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복당 승인 후 권 사무총장 경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명분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당무에 복귀하는 것도 문제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의 권 사무총장 경질 요구를 그대로 실행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반면 친박계는 이날 대규모 회동을 갖고 권 사무총장 해임을 재차 촉구했다. 당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기업구조조정,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투표 등 현안에 대한 여권의 조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탈당파 일괄 복당을 결정한 뒤 지난 17일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특히 영남권 정치인들이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에 나서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지만 여권 내부의 조율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현장에서 지역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는 강조한 후 반나절도 안돼 서병수 부산시장과 부산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행기가 산으로 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신공항 ‘부산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정·청 조율 기능 마비가 민생에 큰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