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20대 국회의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성장 대신 분배와 정의(正義)라는 가치를 보수정당의 어젠다로 설정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갖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가 전체 노동자가 아닌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면 제2, 제3의 ‘구의역 김군’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는 이 땅의 청년, 비정규직과 함께 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이 그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다. 하위 90%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10%처럼 대우해 주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향(中向) 평준화’를 대안으로 제안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업무와 임금 등을 자세하게 다룬 ‘일자리 생태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박근혜정부의 ‘숙원 법안’으로 여겨지는 노동개혁 4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또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이 ‘중향 평준화’ 원칙에 입각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사회적 대타협의 예로 들며 “이들의 역사는 기업과 노조가 함께 양보한 역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 왔다”며 “그러나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의 구조개혁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롯데그룹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기업의 불법, 탈법적 경영권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엘리트들이 20~30년 걸려 올라가는 임원 자리를 재벌가 30대 자녀들이 차지한 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에 대해선 ‘무난한 데뷔’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혔던 ‘중(中)부담-중(中)복지론’과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주장과 같은 파격 제안은 없었지만 새누리당의 외연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다. 당 관계자는 “보수정당으로서 사회 양극화 해소와 정의의 문제에 집중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정진석,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사회적 대타협’ 시대정신으로 제시
입력 2016-06-20 15:36 수정 2016-06-20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