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데 비아시(60·이탈리아) 감독은 2011년 알바니아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유로 2016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다들 “불가능하다”고 그의 말을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유로 2016 본선에서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
알바니아는 20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 스타드 드 리옹에서 열린 루마니아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아르만도 사디쿠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이겼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알바니아는 첫 골과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알바니아는 루마니아의 파상 공세를 막으며 역습을 노렸다. 전반 42분 골문 앞에 있던 사디쿠는 레디안 메무샤이의 크로스를 받아 골키퍼 키를 넘기는 헤딩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알바니아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알바니아는 고전했다.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0대 1로 패했고, 프랑스와의 2차전에선 0대 2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 루마니아를 꺾으며 1승2패로 조 3위에 올랐다. 6개 조 3위 팀들 중 성적이 높은 4개 팀이 16강에 오르기 때문에 다른 조의 경기 결과에 따라 알바니아는 16강 진출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알바니아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 반도에 위치한 인구 360여만 명의 소국이다. 우루과이에서 첫 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렸던 1930년에야 축구협회가 설립됐다. 더욱이 1990년대 이전까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축구 발전이 여의치 않았다. 알바니아는 유로 1964 지역 예선 참가를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 문을 두드렸으나 이번 대회 이전까지 한 번도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1997년엔 FIFA 랭킹이 127위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축구 변방이었다.
알바니아는 대회 I조 조별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포르투갈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북유럽 복병 덴마크와 동유럽 강호 세르비아를 제치고 본선에 직행한 것이다.
알바니아의 선전 원동력은 데 비아시 감독의 전략과 용병술이다. 데 비아시 감독은 인내심이 많고 학구적이다. 2002년 모데나를 세리에 A로 이끈 바 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답게 전술이 노련했다. 4-4-2와 4-1-4-1을 혼용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이끌어냈다. 특히 소비 조직력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알바니아의 첫 메이저 대회 진출을 이끈 그는 알바니아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기도 했다.
알바니아 로릭 카나는 “데 비아시 감독은 우리가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며 “우리는 빠른 속도로 힘을 가진 공격진과 뛰어난 수비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역 예선에서 5실점만 허용했다. 원정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알바니아의 영웅 잔니 데 비아시 감독
입력 2016-06-20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