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기고 취업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 집에서 애 보라는 건가?”
“취지는 좋았을지 몰라도 정책 도입 방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맞춤형 보육을 통해 맞춤형 왕따만 양산하네”
“워킹맘이 받던 차별 전업맘이 받을 차례라는 의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상보육 정책. 이번엔 맞춤형 보육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 맘들의 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집단 휴원까지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죠. “이렇게까지 반대하는데 설마 강행하겠어?”라며 신청(신청기간 5월20일부터 6월24일까지)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맘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는 강행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는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시행된다고도 했죠. 신청마감 시한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맘들은 헐레벌떡 신청모드로 돌입하며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맘카페엔 질문과 불만이 쇄도했고 엄마들은 대혼란에 빠졌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비판과 함께 반대한다는 게시물이 쏟아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국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구구절절 해명을 늘어놨습니다.
자료엔 어린이집 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담겼습니다. 해명의 골자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맞춤형 보육이 예산 삭감을 위해 추진한다는 것과 둘째는 어린이집 수입이 20% 감소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당국은 맞춤형 보육을 위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1083억원 증액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맞춤반 편성으로 감소된 예산은 365억원, 맞춤형 보육 시행을 위해 보육료 인상분이 6%로, 1448억원 늘어난 것을 종합하면 1083억원이 증액됐다고 설명하면서 이 금액은 모두 어린이집에 지원한다고 했죠.
또 맞춤형 보육으로 어린이집 수입이 20% 감소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수입이 증가한다고도 했습니다. 맞춤반 보육료 단가는 아동당 월 15시간 제공되는 보육바우처를 포함하면 종일반 단가 대비 3%가 감액되고, 종일반은 6%가 증액된다고도 했습니다. 종일반이 더 많이 편성되면 당연히 어린이집 수입이 작년 보다 늘어난다고도 했죠.
결과적으로 직장맘 자녀를 비롯해 종일반으로 판정 받을 수 있는 자녀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획일적으로 12시간 보육을 지원할 때 비교적 일찍 하원할 수 있는 전업맘 자녀들이 선호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지원금이 높은 종일반 아이를 선호하게 되는 거죠. 맞춤형 보육으로 편성될 확률이 높은 전업맘 자녀들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워킹맘 자녀들이 차별받은 것처럼 말이죠.
어린이집 수입은 맞춤형 보육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맞춤형 보육의 비중이 적은 어린이집은 수입이 지금보다 늘어날 테고, 맞춤형 보육의 비중이 높은 어린이집은 지금보다 수입이 줄어들겁니다.
이를 반증하 듯 맘카페엔 어린이집 원장이 전업맘들에게 위장취업까지 권장한다는 고발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 있습니다. 전업맘 자녀들이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 이른겁니다.
보육의 서비스를 우려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맞춤형 보육반은 오후 간식이 아예 지원되지 않는다거나 보육교사의 처우가 낮아져 아이들한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들이었죠. 이런 이유에서 맘들과 어린이집 원장들은 맞춤형 보육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한 당국은 어린이집 단체장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여야가 맞춤반 기본 보육료를 삭감하지 않고 종일반 기준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한 관계 단체장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맞춤형 보육 자체를 철회하거나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안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을 개선하고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어린이집 전일제로 보내는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개선방식은 영 석연찮습니다. 당사자들의 현실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인데다 밀어붙이기식 추진방식은 맘들의 분노만 쌓이게 하죠.
매번 0~2세 영아 무상보육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밀어붙이고, 단체장들은 집단 휴원을 예고하며 힘겨루기를 합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맘들은 전전긍긍하죠.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일터로 나오라고 권장한 정부입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맘들은 없어야 한다며 재취업을 장려해왔죠. 그런데 이제와 아이는 가정에서 키우는 게 좋다며 맞춤형 보육을 하라고 하니 황당합니다. 애당초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면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