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선수 안시현, 12년만에 국내 투어 우승

입력 2016-06-19 16:45
뉴시스

‘엄마골퍼’ 안시현(32)이 무려 12년 만에 한국여자골프(KLPGA) 최고의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열린 미국여자골프(LPGA) 대회에 우승한 뒤 LPGA 선수생활, 결혼과 이혼, 출산과 은퇴, KLPGA 복귀 등 파란만장한 골프인생을 살아온 노장의 투혼이 가져온 승리다.

통상 메이저 대회는 코스를 어렵게 세팅한다. 선수들의 진짜 실력을 가려내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기 위해서다. 특히 각국의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대회는 해당국의 골프협회가 작심하고 어렵게 세팅한다.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장(파72·6619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 30회 한국여자오픈 역시 어려운 코스에서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올해 KLPGA 투어 가운데 톱3에 들어가는 긴 전장. 어렵사리 좁은 페어웨이를 지키면 그린 주위에는 10㎝가 넘은 깊은 러프가 도사린다. 그린 빠르기는 US오픈 못지않다. US오픈 그린 빠르기는 마스터스의 ‘유리알 그린’과 같은 4.2m. 그린스피드를 측정하는 1m 길이의 스팀프미터를 30도 기울여 볼을 굴렸을 때 4.2m나 굴러가는 빠르기다. 이날 청라골프장 그린 빠르기는 4.1m로 평소 KLPGA 투어 평균 빠르기(3.2~3.4m)를 크게 능가했다. 게다가 바닷가에 위치한 탓에 강한 바람까지 샷을 방해했다.

챔피언조가 중반을 마쳤을 때 이븐파 4명(박성현 안시현 정연주 김소이)이 공동 선두, 1오버파 3명이 공동 5위, 2오버파 3명이 공동 8위에 포진해 무려 10명이 우승을 겨냥했다. ‘엄마선수’ 안시현이 10번홀까지 무려 3타를 줄였고, 지난해 최종합계 1오버파로 우승했던 박성현은 파행진을 이어오다 10번홀 첫 버디로 역시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챔피언의 영광은 타수를 잃지 않고 잘 버티는 자에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후반 12~14번홀은 이 골프장의 악명 높은 ‘곰의 지뢰밭(베어 트랩)’으로 불리는 홀이었다. 강한 맞바람, 깊은 러프, 그린 옆에는 해저드가 기다리고 있는 이 세 홀을 버티는 선수는 의외로 쉽게 가려졌다.

먼저 첫 우승에 도전한 김소이가 12번홀(파3)에서 더블보기에 이은 13번홀 보기로 일단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박성현은 10번홀 첫 버디를 12번홀에서 첫 보기로 맞바꾸며 우승경쟁을 이어갔다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안시현은 ‘곰의 지뢰밭’을 파로 지나갔고, 15번홀 보기를 16번홀 버디로 맞바꾼 뒤 남은 홀을 침착하게 파로 막아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 1타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2002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안시현은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에서우승,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듬해 미국에 진출한 그는 그해 신인왕에 올랐지만, 우승 없이 힘든 투어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배우 마르코와 전격 결혼하며 골프를 떠났다 2013년 이혼 직후 시드전을 거쳐 다시 KLPGA 투어에 복귀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