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따라오는 중국 학부모.. 美 대학 캠퍼스에 ‘타이거맘’ 뜬다

입력 2016-06-20 00:07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어머니는 유학생 아들을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잘 나가는 기업 재무담당 자리를 그만두고서였다. 아들이 다니는 명문 펜실베니아대학원 근처 교회에서, 그는 비슷한 처지의 어머니들을 여럿 만났다. 요즘 미국 부동산의 최대 화제거리인 일명 ‘타이거맘’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발행한 최신호에서 이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부한 중국 유학생은 초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합해 39만4669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들을 따라온 중국인 부모들이 교육기관 주변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 중국계 부동산전문회사 주와이 미국 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부동산에 중국인들이 쏟아부은 투자금은 286억 달러(33조5760억)에 달하며 이중 약 70%가 교육 목적이다. 이들에게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드는 50만 달러(약 5억8700만원) 투자금도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예일대가 위치한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는 “예일 중국인 조부모 마을”이 있다. 박사과정에 있는 자녀 대신 손주들을 돌보는 학부모들이 사는 곳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 근방 부동산 매입자의 70~80%는 자녀가 이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다닐 예정인 학부모다. 시카고나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보스턴, 달라스 등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비단 대학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유명 사립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위치한 뉴저지주 밀번, 웨스트필드, 프린스턴 근방도 중국인 학부모들 덕에 인근보다 땅값이 20~30% 뛰었다. 학교 주변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덕에 현지 학생들로부터 받는 방세만으로도 충분히 세금 등 비용을 메운다.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국 본토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데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식들의 교육 겸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타이거맘’들은 자녀 뒷바라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이 자녀가 결혼하는 데도 주택자금을 대거나 더 나아가 결혼비용을 전부 대는 등 끝까지 자녀를 지원한다면서 중국 문화에서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짝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