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영화 가뭄이었던 극장가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조폭과 형사가 등장하는 흔한 액션물에 싫증난 관객이라면 특히 반갑겠다. ‘아가씨’ 김민희(34)에 이어 충무로 대표 여배우 손예진(본명 손언진·34)과 김혜수(46)가 6월 스크린을 수놓는다.
시대극과 스릴러, 그리고 코미디. 장르와 캐릭터는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을 들자면 세 배우 모두 이전에 시도해본 적 없는 모습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아가씨, 실종된 딸을 찾는 엄마, 철없지만 속 깊은 톱스타. 이들을 차례로 만나볼까.
첫 주자는 김민희였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에서 박찬욱 감독이 인정한 열연을 펼쳤다. 극 중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폭력적인 이모부(조진웅) 밑에서 자란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하녀 숙희(김태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내·외면을 폭넓게 표현했다.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개봉 3주차 만에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김민희의 공이 컸다. 안정적인 연기로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해냈다. 데뷔 이래 처음 노출신에 도전하기도 했다. ‘화차’(2012) 이후 깊어진 연기력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흥행퀸’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이후 2년 만에 국내 복귀작을 내놓는다. 23일 개봉하는 ‘비밀은 없다’에서 정치인(김주혁)의 아내이자 중학생 딸을 둔 엄마 연홍을 연기했다. 실종된 딸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하나 둘 마주하며 점차 폭주하는 인물이다.
이경미 감독은 “그동안 손예진의 여러 작품을 보면서 저 뒤에 뭔가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았다”며 “굉장한 광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손예진은 본인에게조차 낯선 자신의 얼굴을 끄집어냈다. “기존의 연기 틀을 깨고자 했다”는 그의 도전이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무려 30년을 톱스타로 살아온 김혜수는 처음으로 작품 속에서 톱스타를 연기했다. 29일 개봉하는 ‘굿바이 싱글’에서 철없고 콧대 높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속이 깊은 여배우 주연(김혜수) 역을 맡았다. 어디로 튈지 몰라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가 늘 좌불안석이다. 실제 김혜수와는 직업에 배우라는 것밖에 닮은 점이 별로 없다.
장르는 코미디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뭉클한 메시지와 감동이 밀려온다. 김혜수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지만 우리 따뜻함을 잃지 말고, 외로움에 고립되지 않고, 함께 의지하고 나누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가 그런 영화였으면 해요.” 귀엽고 능청스러운 캐릭터 안에 가득 담아놓은 김혜수의 진심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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