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 최대 콘돔업체 듀렉스(Durex)의 판매를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건감독국(Federal Service for Supervision of Healthcare)은 영국 레킷벤키저(Reckitt Benkiser)가 생산하는 듀렉스 콘돔 판매를 금지했다. 러시아 사업등록 과정에서 범한 '관료적인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보건감독국의 미하일 무라시코 대표는 "듀렉스 콘돔은 올바른 방법으로 등록이 돼 있지 않았다"며 "모든 기업은 러시아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듀렉스는 수많은 콘돔 브랜드 중 하나일 뿐"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은 듀렉스 외에도 60여가지 콘돔을 선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듀렉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듀렉스가 현재 러시아에 유통되는 콘돔의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판매금지에 콘돔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러시아 내 에이즈(HIV) 감염률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100만명을 웃돌았다. 이는 2010년(50만명)에 비해 5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번 결정이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항해 외국산 콘돔 및 의료용품을 금수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에 따른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